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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 모리 준이치

flipside 2023. 5. 28. 20:16

2004/09/29 16:34

 

[책을 읽고 나서]


"세탁소"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야기 배경으로서의 세탁소는 후반부에는 나오지 않는다. 작가가 첫머리에 써놓았듯이 "세탁소"는 그 의미(깨끗하게 하는, 하얀색의)로서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여자가 결국 서로를 필요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한 줄로 줄거리를 요약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 - 남자 주인공 테루는 조금 지능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여자 주인공 미즈에는 자살을 기도하고 도벽이 있는 사람으로 설정 - 과 겪게되는 일들이 작게나마 변화를 일으키면서 여느 로맨스와는 조금 다른 궤도를 그리며 전개해 나간다.


무슨 우화처럼 국내에서 작업한 따뜻한 느낌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몇 점 들어가 있는데, 일러스트레이션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일본 소설을 보면서 한국어가 들어가 있는 그림을 본다는 것이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사랑에 관한 우화로 작품을 본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시도라는 생각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별로 말이 없군요."


그녀가 말했다.


처음 듣는 말이라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거 알아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은 마음속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거."


마음속으로 많은 말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사실 나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건 그리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이 멀어져 가거든요."



[서지정보]


제목 : 세탁소
지은이 : 모리 준이치[森淳一]
옮긴이 : 한은미
원제 : ランドリー (Laundry)
출판사 : 지원북클럽
발간일 : 2003년 12월
분량 : 256쪽
값 : 8,500원


[p.s.]


- [GO]의 주인공으로 쿠보즈카 요스케 주연으로 2002년 영화화 된 작품입니다. 영화 공식사이트 (원래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작품이라 그런지 예고편을 보면 소설속 내용이 하나 하나 되살아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