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03 11:46
[책을 읽고 나서]
2002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난 후 일본은 큰 흥분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과학부분에 2명의 수상자가 일본 사람이었던 이유이죠. 화학상에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물리학상의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언론에서는 - 우리나라도 역시 ^^ - 평범한 회사원에 교수도 아니고, 박사학위도 없이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인물인 다나카 고이치에게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일본 내에서는 15년 전부터 수상이 유력시 되던 고시바 마사토시의 수상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화학상의 경우는 2000, 2001년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이었으며(2003년에는 미국 사람들이), 물리학상의 경우에는 1973년 에사키 레오나[江崎玲於柰]가 수상한 이후 29년 만에 4번째 수상자라고 합니다. 참고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003년 현재 모두 12명.
책이야기로 들어가면 ^^ 고시바 마사토시의 자서전인 [하면 된다]는 참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원래 이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군데 군데 표현해 놓은 문장을 보다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올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딱딱한 제목탓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무척이나 재미있게, 빨리 읽었습니다.
고시바 마사토시의 훌륭한 점을 도식적으로 꼽으라면 소아마비를 이겨냈다는 점, 대입시험에 여러번 낙방해서 재수생활을 거치고 도쿄대학에 들어갔지만 꼴등으로 졸업했지만 다시 도쿄대학으로 부임한 점, 열의를 가지고 기초과학분야의 진흥을 위해 정말 끊임없이 노력한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책 중간 중간에 비치는 사소한 사항들 역시 인상적인데, 특히 국민의 세금인 나랏돈으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부르는 가격을 깎고 또 깎았다는 사실이나 초신성 뉴트리노 발견을 둘러싸고 발표시간을 늦추더라도 철저한 검증과 데이터 확보에 주력한 점 등은 기본적인 삶의 태도로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교사생활의 경험으로 학생들은 과목이 좋아서 해당과목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과목선생님이 좋아서 그 과목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는 결론이나 ^^ 미국에서의 안정된 교수생활을 버리고 일본으로 귀국한 이유를 식사와 언어문제라고 담담하게 이야기 한 것 - 애국심이나 전후 일본 복구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가 아니라! -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이라는 말과 함께 물리학의 전문영역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역시 비전공자나 문외한인 저에게는 어려웠습니다만 뭐 전혀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전공자나 천체물리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훨씬 더 깊은 감동과 많은 것들을 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에 삽입되어 있는 고시바 마사토시의 도쿄대학 물리학과 졸업 성적증명서 입니다. 16개 과목중 우 2개, 양 10개, 가 4개입니다. [하면 된다]라는 책 제목이 빈말이 아닌셈이지요 ^^

[기억에 남는 구절]
제가 마지막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지 간에 아무쪼록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우선은 열의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언젠가 달성하겠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알'을 더욱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열정을 가지고 그 알에 대해 생각한다면, 언제가는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서지정보]
제목 : 하면 된다
지은이 : 코시바 마사토시 [小柴昌俊]
옮긴이 : 안형준
원제 : やれば, 出る(2003)
출판사 : 생각의나무
발간일 : 2004년 03월
분량 : 234쪽
값 : 11,000원
[p.s.]
- 한국브리태니커회사에서 제공하는 노벨상 특집은 로그온 없이도 읽어볼 수 있는데 그 중 고시바 마사토시를 소개한 부분은 잘 정리되어 있어 꼭 한 번 찾아볼 만 합니다. 그리고 과학잡지 [뉴턴]에서도 특집기사가 일부 공개 되어있으니 들러 보세요.
- 재미있게도 국내에서 같은 시기에 다나카 고이치의 자서전 [일의 즐거움](김영사)가 출간되었습니다. 1959년생이라는 것을 보면 좀 이른감이 있긴 하지만 챙겨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