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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 | 다니엘 헬미니악

flipside 2023. 5. 29. 12:30

2005/09/07 20:39 

 

2003/09/25


[책을 읽고 나서]


흔히 실제로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발전하면 공격적인 모습도 띄게 되는데, 그리스어로 포비아(phobia)라는 말이 실제로는 공포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호모포비아"나 "제노포비아"와 같은 단어로 자리 잡으면서 '공포'보다는 '혐오'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적대시하는 호모"포비아"의 경우는 단순한 공포나 무지의 차원을 떠나서 [성서]라는 권위에 기대어 동성애자에 대한 박해와 차별·냉대를 정당화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서 "호모포비아"는 [성서]의 가르침을 따르는 충실한 이들이 됩니다.


하지만 예수회 사제이자 신학과 교수로 있는 다니엘 헬미니악 박사는 호모포비아들은 [성서]의 가르침에 따르는 이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성서]가 동성애에 대해 어떠한 식으로도 단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동성애와 [성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다 언급되기 마련인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 대해 이 책은 소돔과 고모라의 죄는 동성애가 아니라 손님을 냉대한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는 소돔 관련 구절이 인용된 각 [성서]의 구절을 언급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소돔에 대해 인용하실 때도 하느님의 사자를 거부한 죄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 지금까지의 "소돔 = 동성애 죄악"이라는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이러한 해석은 [성서]를 주의 깊게만 읽으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는 것이지만, 달을 보기 보다는 손가락을 봐온 탓에 [성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려는 소돔 사람들의 냉혹함보다는 그들의 행동 중 하나인 동성 성교행위에 초점을 맞춘 탓이지요. 소돔 이야기 외에 [성서]에서 동성애에 대해 언급하는 여러 구절들이 모두 이런 식으로 다시 읽혀질 수 있는데, 해당 구절의 내용이 길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게 되어 있는 [로마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구절들에 대한 헬미니악 박사의 분석은 명쾌해서 딱히 [성서]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와 [성서]에 대한 근래의 새로운 해석과 연구를 -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백인대장의 노예(백인대장의 애인으로 추정 되는)를 고쳐주신 이야기라든지 사무엘과 다윗의 관계에 대한 견해 등 - 많이 수록하고 있으며 친절한 관련문헌 소개와 상세한 색인이 달려 있어,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동성애와 성서 관련 주제에 있어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스퐁 주교가 서문을 썼는데, 국내에 출간된 스퐁 주교의 몇몇 저서들([성경을 해방시켜라]나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논지에 더욱 깊이 공감하리라 봅니다.


[서지정보]


제목 :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
원제 : What the Bible Really Says About Homosexuality
지은이 : 다니엘 헬미니악 Daniel A. Helminiak
옮긴이 : 김강일
출판사 : 해울
발간일 : 2003년 09월
분량 : 239쪽
값 : 12,000원




p.s. "성서"와 "성경"의 차이가 궁금한 분은 여기로 : 천주교에서는 성서, 개신교에서는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