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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하나 사기가 만만치 않더라

flipside 2023. 4. 25. 19:17

2007/05/31 22:43

 

들어가며


무엇인가를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물품에 따라서는 구매에 들어가는 품이 많이 드는 경우도 있어서 매번 그렇게 유쾌한 경험만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노트북 처럼 가격이 꽤 비싼 물품의 경우는 제품 선택에서 가격비교, 구매방법 등 따질 조건들이 꽤 많아서 이러한 구매의 고통도 역시 무거운 편인데 최근 노트북을 사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지요. 이번에 오랜시간 고민해서 노트북을 샀는데 그러면서 생각했던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자세한 제품리뷰는 여러 노트북 사이트가 있어서 저는 그냥 노트북 구입에서 따져봐야할 일반적인 것들을 위주로 써봤습니다.




[하나] 노트북을 왜 사나요


1999년 [과학동아] 08월호의 "초보자를 위한 퍼스널 컴퓨터 사용법"이라는 부록 - 그 때부터 부록을 보고 잡지를 구매했어요 ( ..) - 을 지금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컴퓨터 구입시 체크할 사항 중에 한글지원이 되는지의 여부가 있거든요. ^^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충고가 있으니 바로 "구입목적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세탁기의 구입목적과 달리 노트북의 구입목적은 불분명 하고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부터 잘못 꼬이기 시작하면 노트북 구매의 여정은 점점 힘들고 멀어지게 됩니다. 물론 가격을 절대조건으로 두시는 경우도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첫번째 따져야할 조건은 용도, 필요성입니다.


업무용이나 가정용이냐, 많이 가지고 다닐 것이냐 그냥 집에 두고 쓸 것인가, 게임을 오래 할 것이냐 문서만 작성할 것이냐 등등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워낙 많다보니 용도의 경계선이 분명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제품과 모델, 사양을 고르는 과정에서 구매용도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으로 있어야 합니다. 용도와 구입목적이 정해지면 비로소 몇인치를 살 것인가, 무게는 어느정도가 적당한가 DVD-RW가 필요한가 등등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빵조각이 눈에 띄게 됩니다.


제 경우는 집이랑 회사에서 모두 데스크탑을 쓰고 있어서 서브 노트북 개념으로 가끔 회사에 가져가기도 하고, 제 방에서 인터넷도 하고 DVD 타이틀도 보고 문서 작성 좀 하고... 이 정도로 한정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서 무게 1kg 언저리의 모델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되었고, 가급적이면 DVD-R이나 DVD-RW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지요. 대부분의 세부 사항들은, 그리고 노트북 모델 결정에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게와 화면 사이즈는 사실 이 단계에서 다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둘] 얼마를 생각하고 계세요


자 용도가 결정되었으면 다음은 가격입니다. 물론 카드가 있으니 가격의 한도야 큰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저항선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요. 이미 노트북을 사기로 맘을 먹었다다면 용도 결정 전에 대략 이 정도 가격을 줘야 내가 원하는 노트북을 살 수 있구나.. 하는 감/들은 풍월/주위의 충고가 다들 있으실 겁니다. 가격비교 사이트나 검색사이트에서 노트북 이라고 입력하면 낯선 브랜드의 30-40만 원 짜리 노트북 부터 최근에 나온 소니의 400만원 짜리 노트북까지 정말 엄청난 수의 노트북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격대를 생각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개인파산까지 가지 않기 위한 당연한 단계임과 동시에 선택의 폭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마법탄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탐이 나고 멋지다 해도 지불한다고 염두에 둔 가격이 120만 원인데 320만 원짜리 ASUS Lamborghini 노트북을 보는 것은 그다지 건설적인 일은 아니니까요.


여기에 하나 더 고려할 것은 노트북 가격외에 들어갈 부대비용입니다. 워낙 이벤트가 많고 행사에, 더주기, 특별 보너스가 넘치기 때문에 잘만하면 고려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메모리 업그레이드나 - 요즘은 거의 가격이 폭락하다 못해 바닥에 있더군요 - 집에서 데스크탑과 인터넷을 함께 쓰기 위해 필요한 유무선 공유기 구매, 노트북 가방이나 파우치, 액정보호 필름, 도난방지 자물쇠 케이블, 거치대, 키스킨 등등 이것저것 하나 하나 구매를 고려하다 보면 배보다 커지지는 않아도 신용카드 고지서를 무겁게 할 만한 비용이 들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이 생각한 가격에 5% 정도는 추가로 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셋] 좋아하시는 브랜드/회사가 있으세요?


브랜드나 회사는 위에 언급한 용도나 가격을 뛰어넘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에 노트북을 구매하면서 매킨토시 노트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해 맥북을 사시는 분도 많지만 저는 순전히 맥이나 매킨토시라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가 주는 가치, 맥북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 등등 여러가지가 종합적으로 "맥북 어때?"하면서 저를 유혹했었답니다.(하지만 유혹이 제가 정한 가격의 벽을 넘지는 못하더군요 Orz) 또 브랜드는 많은 경우 바로 디자인과 이어지며 누구에게 보여도 이쁘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손쉽게 답을 제시해 주기도 합니다. 물론 브랜드는 이런 면뿐만 아니라 다음에 쓰게될 AS에도 워낙 큰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구요.


여기서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 중에 하나는 주관적이거나 특수한 경우의 사례를 통해 전체적인 판단을 하는 실수 입니다. 노트북이라도 역시 별 수 없이 가전제품이기 때문에 냉장고, 세탁기, TV와 마찬가지로 물건이 잘못 걸릴 수도 있고, 이상한 AS기사를 만나거나 살면서 한 두번 만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친절한 전화통화를 그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서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종종 노트북 관련 리뷰의 덧글이나 사용기에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사례들은 거의 구매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갔던 마음을 쉽게 되돌릴 수도 있는데, 이럴 때는 항상 그 중에서 객관적인 요소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A 노트북 절대 사지 마세요"라는 제목만 읽고 판단하지 마시고 그 안에 언급된 내용이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지 발견하셔야 합니다.(물론 "A 노트북 열라 좋아요"도 마찬가지 랍니다.)




[넷] AS도 생각하셔야죠


1, 2, 3번을 만족하는 조건의 노트북 모델을 발견하셨더라도 비상식적인 AS경험담이 수두룩 하게 있으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AS는 물론 가격, 브랜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노트북이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 노트북쓰면서 AS 맡겨본 사람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AS부분은 그냥 기타로 보기에는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전 직장에서 사용하던 노트북은 2년 7개월 동안 정말 잔고장 하나 없이 잘 사용하다가 퇴사 일주일 전에 갑자기 메인보드가 나가 -.-; 교체를 했었습니다. 수리에서 입고는 4일 정도 걸렸구요. 노트북 고장은 먼 나라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


따라서 자신의 컴퓨터 활용능력 및 시간적 여유에 따라서 AS 서비스 옵션이나 AS 센터의 수, AS 보장 기간, 고장 접수해서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등등의 요소에 각각 가중치를 주셔야 합니다. 컴퓨터 사용 외 부분에 큰 자신이 없으신 분은 대기업의 다소 비싸지만 AS는 잘 되는 모델을, 어느정도 자신이 있는 분은 조립PC를 사용하라는 데스크탑 구매 길잡이는 노트북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섯] 이것도 따져보세요


자 이제 용도와 가격, 모델과 AS 확인까지 마치셨으면 마지막으로 몇가지 점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보시고 그것이 이미 결정한 요소를 흔들 정도인지 체크하는 작업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우 구매전에 마지막에 체크해본 요소입니다.


- 발열과 소음은 심한가?
- 자판의 키감이 좋은가? 자판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닌가?
- 배터리로는 몇 시간 정도 가는가?
- 내가 쓰는 메모리카드 리더가 내장되어 있는가?
- USB 포트는 충분한가? / 적절한 위치에 있는가?
- 메모리확장성은 좋은가?(메모리 슬롯은 몇 개인가?)
- 출시/제조년도는 언제인가?
- 운영체제는 어떤 것인가?
- 화면은 와이드인가?


마지막에 쓰긴 했지만 어떤 경우는 이러한 요소가 다른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시할 부분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다 좋은데 손이 너무 커서 해당 노트북 자판을 치기가 어렵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하거든요. 또 모든 점은 다 맘에 들고 좋은데 출시일을 확인해 보니 너무 오래되어서 CPU의 성능이 한참 떨어진다면 다시 한 번 고민을 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중요하긴 하지만 언급하지 않은 점 중에 하나는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정리하지 않은 이유는 일반화 하기에는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으로 살까 TV 홈쇼핑은 어떨까? 아니면 매장을 갈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해서 매장에서 산다면 어디로 갈지부터, 인터넷에서 산다고 결정한다 해도 어느 사이트에서 사는 것이 최대한 이득이 될지를 따져보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 거기에 제휴카드 적립급이나 포인트, 쿠폰까지 고려한다면 - 구매방법에는 특정한 좋은 길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구매 모델을 결정하고 그 모델의 장점을 제조업자보다 많이 댈 수 있게 된 이후라 해도 가야할 길은 아직도 까마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은 모델이 정해졌고 생각만 확고하다면 노트북이 손에 들어올 날은 훨씬 가까워 진 것입니다.(물론 마권 사기 바로 전에 말 번호를 바꾸는 경우가 경마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보니 생각보다 괜찮네~ 하고 모델을 바꾸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거든요. ^^)


노트북 구매시 역시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좋은 사양, 착한 가격의 노트북은 앞으로 계속 나온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주받은 걸작 같은 노트북도 있고, 노트북계의 스테디셀러도 있지만 낮은 가격의 엄청난 고기능을 내세운 노트북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입니다. 또 골동품이 아니라서 시간이 지난다고 가격은 오르지 않고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시점에 따라 상대적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노트북 구매에 대한 마지막 포인트는 구매 이후 당분간은 가격비교 사이트나 노트북 리뷰 사이트를 멀리 하라는 것입니다. "불량화소 체크 어떻게 해요?"라는 지식검색 질문에 대해 "님아 괜찮으면 그냥 쓰삼. 딱 1개 나오면 계속 신경쓰여서 노트북 못하삼."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이러한 충고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p.s. 마지막 가격 부분에 개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흑흑 가슴이 아프네요. 저 사고 나서 2주만에 가격이 7만원 내렸어요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