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U.V. 유 브이 | 세르주 종쿠르

flipside 2023. 5. 30. 00:17

2006/03/12 23:05

 

[책을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프랑스 작가 소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뤼팽이 나오는 [기암성]을 무지 좋아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 단지 번역가 성귀수라는 이름을 보고 고른 세르주 종쿠르의 [U.V.]는 나는 이런 프랑스 소설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재미있는 심리 스릴러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이 따분하기만 한 바캉스. 작열하는 태양과 거침없이 펼쳐진 바다. 이 모두를 굽어보는 때깔 좋은 별장의 잔잔한 수영장 같은 부르주아 가정. 그 한복판에 웬 낯선 젊은이가 ‘침범’함으로써 벌어지는 한낮의 악몽 같은 스토리."


라고 되어 있는데 이야기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암시하고 있다.(단 책을 읽으실 분이라면 부디 맨 뒤에 있는 역자의 말은 미리 읽지 마시길. 괜히 먼저 읽었다가 책을 읽으면서 긴장감이 조금 떨어졌다 ㅜㅜ) 딱히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쾌한 결론이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데, 아래 밑줄친 부분의 묘사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다. 아래 구절을 읽어보시고 구미가 당기신다면 읽어보시길. 분량도 짧고 책도 가볍고... 번역된 문장도 매끄럽고 여러가지로 마음에 든다.


[기억에 남는 구절]


... 테니스라 하면, 물론 하나의 스포츠이지만 그에게만은 상징적인 그 무엇이었고, 무척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저들이 흰 반바지를 차려입고 노란 공과 라켓을 꺼내 들었을 때의 그 눈꼴사납게 뻗대는 꼴이란. 애당초 그런 잘난 척할 입장이 결코 못 되는 처지인데다 어딜 봐도 남보다 우월한 면이라곤 없고 맨손이라면 그저 나약할 뿐인 인간들이 라켓만 손에 쥐고 나면 일종의 자격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는가 하면, 소위 교육받은 티들은 또 어찌 그리 드러내는지……


... 소위 가진 자들의 가장 꼴 같지 않은 모습이란 툭하면 무엇이든 하찮게 치부하고 만다는 점, 이따금 제대로 파악도 못 하고 있을 정도로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라 하겠다. 이를테면 거실마다 우두커니 놓여만 있는 피아노들, 먼지 속에 쳐박혀 있는 유명 화가의 그림들, 지붕 밑 다락방의 온갖 보물들, 그 밖에도 가지각색의 희귀 소장품들……


[서지정보]


제목 : U.V. 유 브이
지은이 : 세르주 종쿠르 Serge Joncour
옮긴이 : 성귀수
원제 : UV (2003)
출판사 : 문학동네
발간일 : 2005년 08월
분량 : 222쪽
값 : 9,000원


[p.s.]


- 원서 표지와 영어판 표지. 원서 표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