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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중국의 공포 파룬궁 | 마리아 시아 창

flipside 2023. 5. 30. 00:41

2006/08/22 23:31

 

[책을 읽고 나서]


역자도 같은 경험을 옮긴이의 말에 적어놓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파룬궁이라는 것은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이나 고문, 장기적출 사진을 전시한 시위현장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가장 기초적인 의문인 왜 중국 정부가 파룬궁을 억압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들은 바로는 파룬궁은 그낭 기공수련단체 같은데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파룬궁이 반공산주의 단체라서 그런지 탄압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룬궁에 대한 책을 찾아 봤더니 "파룬궁"을 제목으로 하는 책이 2권 나오는데 한 권은 출간연도가 2001년이라 이 책을 선택했다.


책의 구성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우선 처음에는 파룬궁과 중국정부의 갈등에 대한 서술, 그 다음은 중국의 종교 전통, 세번째는 파룬궁의 세계관 설명, 네번째는 중국정부의 파룬궁에 대한 인식, 마지막은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이다. 저자는 중국 정부가 파룬궁 문제를 중국 역사의 격변기에 늘 있었던 종말론적 종교운동의 맥락에서 보고 있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억압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3장의 설명을 보면 파룬궁은 아주 단순한 수양단체만은 아니고 종교적인 색채를 어느정도 띄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세계관 역시 불교, 도교, 민간신앙이 융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 대처 방법상의 문제점은 크겠지만 중국 정부의 인식 자체가 빗나간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파룬궁이 없어지면 중국 사회는 안정을 되찾고 동요없이 지속될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물론) 아니오. 마지막 장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현재 중국 사회와 공산당은 부정부패의 만연과 도농간 소득격차의 심화, 국제 개방에 따른 실업문제 등의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그러한 병폐들로부터 위안을 찾으려는 중국인이 찾은 탈출구 중에 하나가 파룬궁인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 사회문제가 계속 되는 한, 중국 정부가 시민단체 억압과 종교단체 탄압을 계속하는 한, 정부가 파룬궁을 근절한다고 해도 유사한 종교 운동이 또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정치학 교수이지만 2장을 빼놓고는 그다지 학술서적인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파룬궁과 관련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한 권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이 다소 눈에 먼저 들어 올 수 있도 있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


... 이론적으로 중국에는 두 가지 비밀결사가 있다. 지배 왕조에 반대한 비종교적 정치집단괴 불교와 도교를 비롯해 마니교의 영향을 받은 교파적 종교집단이 그 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오직 종교적 목적으로 결성된 집단도 일정 기간을 거쳐 정치성을 띠게 되었다. 정치성이 없었던 종교 본위의 집단이 체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정치 운동을 벌이는 단체로 변형되었던 사실로 볼 때, 정치적 비밀결사와 종교적 비밀결사를 분석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


... 중국 정부가 겁을 내는 것은 파룬궁 자체가 아니다. 파룬궁이 투영하는 것이다. 중국 사회에 깊이 파고든 불안정성과 같은 문제이다. 결국 당국의 파룬궁 박해는 인간의 기본권 침해문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현재 상태에 대해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며 세계 사회가 보이는 의문과 우려는 당연하다. ...



[서지정보]


제목 : 붉은 중국의 공포 파룬궁 : 중국은 왜 그들을 두려워하는가?
원제 : Falun Gong: The End of Days (2004)
지은이 : 마리아 시아 창 Maria Hsia Chang
옮긴이 : 황정연
출판사 : 황소자리
발간일 : 2005년 01월
분량 : 247쪽
값 : 15,000원




p.s. 후반부의 중국에서 박해를 받았던 신흥종교, 종교단체의 사례에 한국의 다미선교회와 엘리야 복음선교회가 언급되어 있는 것도 흥미롭다.


p.s. 원서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