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0 14:03
여기 저기 예전에 올렸던 글 이전 작업중. 2000년 11월 25일 작성
[책을 읽고 나서]
[인물과 사상] 제7권에 수록되었던 글 "석굴암을 위한 변명"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주는 울림을 더 크게 받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석굴암에 대한 기존의 상식과 많은 글 중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저자의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객관적인 자세가 잘 드러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평한 석굴암에 대한 글이 모두 완벽한 조형물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보여준 것이지만, 이 책에서 보여준 세계예술사적인 관점과 종교적인 의미에 따른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석굴암에 대한 의문을 품고 유리벽 앞에서 스치듯이 지나쳤던 나와 같은 이들에게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은 더할 수 없이 좋은 석굴암 입문서이다. 마치 저자가 독자와 함께 현장에서 설명을 하듯 차례차례 발걸음을 옮기듯 써내려간 구성과 석굴암의 아름다움과 그 깊은 뜻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사진 자료 들은 잘 만든 한 권의 사진첩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빠진 이처럼 남아있는 석굴암에 대한 의문들에 대해 해답이 나오겠지만, 작가의 치밀한 노력과 상상력이 잘 어우러져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책을 뛰어넘을 만한 석굴암 입문서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구절]
석굴암은 '호국의 집'이 아니었습니다. 삼국통일 과정에서 신라가 저지른 악업을 씻어내기 위한 '참회의 집'이었습니다. 삼국민의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의지를 담아낸 '화쟁의 집'이었습니다. 당대 지식인들의 고뇌가 석굴암을 통해 승화되고 있었습니다. 실크로드에서 만난 동서양의 건축과 조각이 석굴암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모든 미의 요소들이 그 안에서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석굴암은 한 권의 예술사였습니다.
[서지정보]
제목 :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
지은이 : 성낙주
출판사 : 개마고원
발간일 : 1999년 11월
분량 : 255쪽
값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