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1 17:54
[책을 읽고 나서]
책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 밀실살인이라는 말 때문에 본격 미스테리물이라고 착각하기 쉬우나 책의 딱 절반만 그렇습니다. 아 '착각'이라고 썼지만 그렇다고 밀실 트릭이 너무 이상하거나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 제 경우는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불가능 살인"이라는 말만 보고 뒤에 나온 "가슴을 아리게 하는 한 외로운 영혼의 숨 가쁜 이야기."라는 말을 놓혀서 기시 유스케 아저씨가 이제 정말 본격추리작가로 방향을 바꿨나 보다~ 하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래 밑줄친 부분을 보셔도 짐작하시겠지만 - 이 책은 [푸른 불꽃]의 파장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리망치]와 [푸른 불꽃]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인생이 바뀌고 위협을 받게 되는데,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바꾸고 싶어하는 주인공은 결국은 용인되지 않는 범죄를 저지르고, 결국 그것이 밝혀지면서 구원을 받지 못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작가는 이번에도 범행을 저지른 범인의 심리묘사와 배경을 묘사해 가면서 독자의 판단을 요구하고 그러한 판단과는 별개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이번에도 역시 저는 범인 손을 들어주고 말았습니다. 제 도덕관념은 늘 이렇습니다. 흑) 두 작품의 차이가 있다면 범행모의 단계에 있어서 [유리망치]의 그것이 [푸른 불꽃]보다 훨씬 정교하고 심층적이란 점과 범죄를 밝히는 이의 비중에 있어서 [유리망치]쪽이 훨씬 크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위에도 썼지만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밀실트릭 작품만을 생각하시고 이 책을 접하시면 다소 실망하실지 모르겠지만 [푸른 불꽃]을 좋게 보신 분이라면 더할 나위없는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작품입니다. 책은 두껍지만 가벼운 종이라 두꺼워서 그런것도 있으니 겁먹지 마시고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
[기억에 남는 구절]
...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죽이고, 강간하고, 뺏는 것은 이 사회뿐만 아니라 자연의 본질이다. 법치국가란 말은 극히 최근에 등장한 허울 좋은 이름일 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방법이 보다 교묘해지고 미묘해졌을 뿐, 약육강식의 원리는 영원하다.
아버지는 어리석었기 때문에 포식자의 표적이 되어 잡아먹혔다. 난 잡아먹히길 단호히 거부했다. 잡아먹히기 전에 먼저 잡아먹고 놈들보다 강해져서 오히려 이쪽에서 잡아죽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살인은 용인되지 않는다.
……
내가 하려는 일은 누구도 용납하지 못할 일이 틀림없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굳이 누군가에게 용인받을 필요도 없다. ...
[서지정보]
제목 : 유리망치
지은이 : 기시 유스케 [貴志祐介]
옮긴이 : 육은숙
원제 : 硝子のハンマ- (2004)
출판사 : 영림카디널
발간일 : 2006년 04월
분량 : 470쪽
값 : 12,000원
p.s. 원서표지. 원제는 [초자(硝子 ; 유리)의 해머]. 서두칠 사장의 회사살리기로 주가가 상승했던 한국전기초자의 그 초자~

p.s. 289쪽 오타 : 데쿠로는 신용거래의 구조를 알고 있었다면... 이라도 되어있는데 문맥상 데쿠로가...로 바꾸어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