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4 00:27
[책을 읽고 나서]
번역본 제목은 "사이버 세계를 조정하는 - 인터넷 권력전쟁"이지만 원제인 "누가 인터넷을 통제하는가? 국경없는 인터넷 세상이라는 환상 Who Controls the Internet? Illusions of a Borderless World"이 훨씬 내용과 잘 어울린다. 번역본 제목만 보면 인터넷 세계에서 권력의 주도권을 다투는 구글과 MS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전체 이야기는 "정부와 인터넷"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을 만큼 인터넷 세계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큰 주제로 등장한다.
저자들은 우선 초기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이야기 했던 국경없는 신세계, 영어의 공용어화, 무한대로 늘어나는 정보의 힘, 새로운 규범과 자치가 실현 되는 곳, 정부와 사회의 간섭이 없는 사이버 월드에 대한 '환상'(Illusion)들을 이야기한다.(1부 - 인터넷 혁명을 꿈꾸다) 하지만 기본적인 국경의 중요성과 정부의 인터넷 통제 능력에 대한 실제 모습과 중국의 사례, 파일공유(카자의 사례)에 대한 정부의 방관과 수습 과정을 이야기 하면서(2부 - 정부의 반격이 시작된다) 실제 인터넷은 초기 환상과는 달리 다른 뉴미디어 매체와 마찬가지로 법과 정부 시스템과 별개로 떨어져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그래서 당연히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매체임을 지적한다.(3부 - 승자는 누구인가)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다룬 6장 "중국, 외부로부터 차단된 네트워크"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막연하게나마 인터넷에 대한 통제는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생각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책 내용은 전반적으로 인터넷은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획기적이며 차원이 다른 매체고, 그것이 가지고 올 수 있는 변화의 힘을 굳게 믿는 낙관론자들에게 힘빠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들이 지적하듯이 강조하는 것이 국경의 필요성이 아니라 물리적인 국경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람들의 인식 차이이고, 정부의 통제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임을 고려한다면 낙관론이 더 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길집이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인터넷의 힘을 믿지 않는 사람은 물론 믿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그 쓰임새가 있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저자 두 명 모두 법대 교수라는데 글을 어찌나 쉽고 재미있게 쓰는지 다소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어렵게 글쓰는 많은 교수님들 반성해주시길~
[기억에 남는 구절]
... 세상 모든 정부는 정부가 바로 잡아야 할 무정부 상태와 정부가 나서서 택하는 독재라는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해당한다. 역사니 전통 때문에, 또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 다른 나라 정부들보다 균형을 더 잘 잡고 있는 정부도 있다. 인터넷 혹은 인터넷을 재미있게 만드는 관련 서비스가 그러한 균형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알고 나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인터넷 기업의 성곡은 인터넷 이면에 감춰져 있는 국가의 안정성에 의해 좌우된다. ...
[서지정보]
제목 : 인터넷 권력전쟁
원제 : Who Controls the Internet? Illusions of a Borderless World (2006)
지은이 : 잭 골드스미스 Jack Goldsmith | 팀 우 Tim Wu
옮긴이 : 송연석
출판사 : 뉴런
발간일 : 2006년 11월
분량 : 291쪽 / 303쪽
값 : 15,000원
p.s. 책내용을 떠나서 번역서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이 반갑다.(원서가 발간된 것은 2006년 04월. 번역본이 발간된 것은 11월.) 많은 인터넷 관련 번역서들이 가진 문제점 중에 하나가 번역본을 읽을 때 쯤이면 그게 다 옛날 이야기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책은 거의 잡지 정도로 최신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원서에서는 30-40페이지를 차지하는 부속물들 - 각주, 색인, 일러두기 - 을 모두 날리고 달랑 자주쓰는 용어 일람 2페이지로 대신한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뭐 이런 것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지만 임프린트(뉴런은 웅진씽크빅의 임프린트)의 프로세스가 이런 결과를 더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p.s. 원서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