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10 20:42
[책을 읽고 나서]
지난번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상영작을 보다가 [루트 225]라는 작품 제목을 봤습니다. 동생이 늦게 들어오는 날, 동생을 찾으러 놀이터에 갔다가 이상한 세계로 가게 된 남매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를 보고 흥미를 가졌지만, 딱히 끌리지도 않고 아는 배우도 나오지 않아서 이 작품 대신에 [리터너]를 선택했지요. 책을 읽고 나니 그때 [루트 225]를 볼 껄... 하는 후회가 됩니다. 아래 옮겨적은 대화부분처럼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았던 점과 제 예상을 조금씩 배반하면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솜씨가 맘에 들었거든요.
2-3줄의 줄거리만 보면 비행기를 타고가다가 어긋난 시간으로 가게된 스티븐 킹의 [랭골리어]의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에리코, 다이고 남매의 복귀의지가 [랭골리어] 주인공들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하고 ^^ 작가가 그런쪽으로 이야기를 몰고가지 않아서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목 그대로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14살의 소녀 주인공 에리코에 초점을 맞추면 상당히 재미있게 작품을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게 분석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작품이니 동화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적극 추천합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그런 일이 있으면 또박또박 자기 입으로 말해. 왜 내가 퀴즈에 답해야 하는 거니?"
"퀴즈는 아닌데."
"아닌데, 라는 말 좀 하지 마."
"근데, 누나는 왕따라고 놀리고 있잖아."
"깜짝이야. 내 탓이니?"
말을 거칠게 해서 당황하며 멈췄다. 이런 걸로 남동생과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왕따라고 심하게 놀린 것 같기도 하고.
"너 말이야, 혹시 누나가 싫은 거니?"
"그런 거 아냐."
다이고는 나한테서 시선을 미묘하게 돌렸다.
"불만이 많니? 일일이 속상한 일을 수첩에라도 적고 있니? 인터넷에 '누나 죽이는 일기' 같은 거라도 공개하고 있는 거야?"
세 번 연속으로 질문을하자 다이고는 시선을 돌린 채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아마도 최소한 한 가지는 맞힌 모양이다(세번째는 아니길).
"하지만 같이 집에 돌아가고 싶지?"
나는 달래듯 말했다.
"응."
다이고도 거기에는 소리 내서 답했다.
[서지정보]
제목 : 루트 225
원제 : ルート225 (2004)
지은이 : 후지노 지야 [藤野千夜]
옮긴이 : 박현주
출판사 : 지식여행
발간일 : 2006년 07월
분량 : 276쪽
값 : 8,900원
p.s. 영화 [루트 225] 예고편 : http://www.eigaseikatu.com/csimg/asx/342_0855_500.asx
p.s. 원서표지보다는 국내판 표지가 더 멋지다~


p.s. 어떤 일본 사이트에서 이 작품에 나타난 분위기를 작가인 후지노 지야가 MTF 트랜스젠더라는 점과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는 내용을 봤다. 찾아보니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인 [여름의 약속]도 성전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단다. 추가로 [만화고라쿠 漫画ゴラク]의 편집자였다는 사실도 알아냈삼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