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2 12:28
아래 intermezzo님의 덧글 보고 떠올라서 예전에 다른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옮겨 적어 봤습니다. 그 당시 금성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은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

2002년 07월 07일
어릴적에 집에 있던 몇 안되는 전집 중에 제가 가장 많이 봤던 것은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명작 전집이었습니다. 국가별로 대표작들을 뽑아 1권은 [그리스 신화] 2권은 미국 - [허클베리핀]... 24권은 일본 - [24개의 눈동자]... 이런 식으로 구성된 책이었는데, 그 때 읽었던 책 중 [소공녀]같은 것은 몇 번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당시 형편상 무리를 해서 할부로 구입했던 것 같은데, 엄마가 전집사면 함께 주는 책장을 무척 맘에 드셔했던 기억이 나네요. ^^;).
르블랑의 [기암성]도 그 때 첨 읽었습니다. [뤼팽(옛날에는 루팡이라고 불렀습니다. 전 아직도 루팡이 친근)의 모험담과 로맨스 + 암호풀기 + 천재소년 이지도르(이지돌? 이라고 했던 기억. 정말 한참동안 이 이름을 잊고 지냈어요)의 활약상 + 프랑스 왕가의 비밀]이 한꺼번에 잘 얽혀있는 정말 멋진 작품이었죠. 그 때 책에 실렸던 삽화 중 몇몇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홈스와 뤼팽 중 누가 더 좋은가 식의 질문이 나올때 항상 왜 뤼팽 편을 든 이유가 [기암성]의 결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홈스 팬인 제 친구는 르블랑이 치사하게 홈스를 작품에 끌어들여 나쁘게 썼다는 사실에 화를 냅니다. "아무리 그렇게 써도 홈스가 더 유명해!" ^^).
지난 주에 오렌지색 표지의 [기암성]을 읽었습니다. 정말 과열이라는 말이 딱 맞을 뤼팽/홈스 시리즈물 출간붐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었지만 [기암성]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넘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날 정도로 가물가물했었는데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어찌나 생생하게 옛날 읽었던 내용이 기억이 나던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소설속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왕실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책자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들자마자 그 부분 부터 다시 읽었죠. "기암성의 위치에 대해 언급한 책이 100권 인쇄되었는데, 모두 수거되어 단 1권만 왕이 보관하고 모두 불살라졌다. 하지만 소각을 맡았던 한 장교가 1권을 빼돌렸다..." 역사적 사실+상상이 잘 결합된 미스터리에 지나치게 호평을 보내는 저로서는 이런 부분에 늘 감탄한답니다. 르블랑의 장기도 이런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마치 역사적 사실인것처럼 신문기사, 논문 등을 쓰는 능력 참 탁월해요.
예전에 읽을때는 뤼팽에 대해 그저 타고난 천재로 생각했는데, 지금 읽으니 저 정도로 활동하고 살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작품과 명품을 보는 눈, 뛰어난 반사신경과 체력, 놀라운 변장력, 수하의 사람들을 부리는 능력,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신사다운 너그러운 면과 여성에 대한 배려심, 철저한 자기관리, 오만할 정도의 자신감... 등등... 시간이 지나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던데 저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
"자네는 내 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내 의지와 희망만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들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상상도 못할 걸세. 내 인생은, 아마도 태어난 그 순간부터, 오로지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이어져왔네. 나는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평생을 도형수처럼 일해왔어. 내가 스스로 되고자 하는 인물을 완벽의 경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말이네. 결국 나는 그 경지에 올라섰지. 그런 나를 상대로 자네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기암성]중에서 뤼팽이 이지도르에게 하는 말... 인터넷 서점 리뷰란에 오른 글 중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