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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 아리아나 프랭클린

flipside 2023. 6. 2. 20:09

2007/10/21 23:19

 

[책을 읽고 나서]


게으름 탓이긴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두꺼운 책 읽는 것을 망설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중세시대의 검시관이라니~ 캐드펠 시리즈를 좋아했던 나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네~ 하면서 덜컥 읽기 시작했지만 워낙 두꺼운 지라 마음의 한 쪽에는 "읽다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포기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서 끝까지 읽어버렸습니다. 이야기 줄거리는 빤하다 못해서 후반부는 결국 이런 사건이 나겠구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지만 그런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더군요. 개인적으로 마지막의 재판(?) 장면이 사실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베켓 대주교를 살해한 난폭한 왕으로만 알고 있던 헨리 2세에 대한 인상이 180도 달라졌습니다.(실제로 찾아보니 그의 치세에 왕권이 강화되었더군요~) 또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에서 읽었던 유대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사례가 비록 소설이지만 생생하게 펼쳐져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읽을 때는 캐드펠 시리즈랑 비슷한 플롯을 가졌는데 왜 이렇게 소설이 긴 걸까? 하는 의문을 갖긴 했는데 - 캐드펠 시리즈는 대개 350페이지 내외였습니다 - 결정적으로 주인공 베수비아 아델리아 라헬 오르테즈 아길라는 캐드펠 수사와는 달리 여성이라는 점이 이 소설의 분량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았습니다. 캐드펠 수사는 시체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해 범인을 추리하고 추적하는 데에만 시간을 쏟으면 되는데 반해서, 아델리아는 우선 시체에 접근하는 데도 난관을 겪으니 소설이 길어질 수 밖에요. ^^;;;


분량의 압박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추천합니다. 이 책 출간과 관련해서 헨리 2세 치하의 노르만 왕조에 대한 서양사 특강이나 살레르노의 숨겨진 의학사 강연 같은 이벤트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조만간 헨리 2세에 대한 책도 찾아 읽어볼랍니다~ :-)


[서지정보]


제목 :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원제 : Mistress of the Art of Death (2007)
지은이 : 아리아나 프랭클린 (Ariana Franklin)
옮긴이 : 김양희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발간일 : 2007년 05월
분량 : 556쪽
값 : 13,800원




p.s. 책 읽고 나서 다음 항목을 찾아 읽으면서 오 맞아 맞아... 이런 배경에서 나온 대사였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헨리 2세 / 민소법원 / 살레르노


p.s. 국내판표지와 원서표지. 같은 이미지인데 느낌이 좀 틀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