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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초 | 조지 D. 슈먼

flipside 2023. 6. 4. 11:33

2009/07/05 10:26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나 만화 등 다른 장르를 통해서 사이코매트리(psychometry)나 심령수사에 대해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소설의 설정을 쉽게 받아들이실 수 있을겁니다. 주인공 셰리 무어는 어릴 적 실명했지만 그와 동시에 죽은 이를 만질 경우 죽기 전 18초 동안의 마지막 머릿속 기억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됩니다. 아래는 그 능력에 대한 무어의 설명입니다.


"만일 내일 예약된 치과 방문에 생각이 미쳤다면, 당신은 그 병원의 의자나 의사의 얼굴을 떠올리겠죠. 아니면 마음이 간밤의 데이트에 가 있을 수도 있고요. 내가 보는 것들이 모조리 13세 이상 관람가는 아니에요. 전후 관계가 맞지 않는 뒤죽박죽의 영상을 해석하는 걸 상상할 수 있겠어요? 예컨대 당신이 등 뒤에서 총을 맞았다고 해 봐요. 어쩌면 나는 내가 방금 언급한 여자들을 심상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당신이 그들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여자가 아내인지, 누이인지 아니면 살인자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어요. 그녀가 당신을 죽이는 것을 내가 보지 않았다면 말이에요. 그 정도는 차라리 쉬운 편이에요. 죽음이 천천히 찾아오는 경우에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무수한 영상들이 그 사람의 마지막 몇 초 사이에 스쳐지나간답니다. 죽어가는 사람은 종종 현실을 망각하고 옛 친구들과 가족, 잃어버린 사람 같은 것을 회고하기 시작하죠. 그 모든 것들이 몰려오는 거에요, 때로는 그 사람에 관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겠죠."


이런 특이한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소설은 잘짜여진 여러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가면서 점점 하나로 묶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초반부에는 이야기가 어찌 흘러가나 싶게 여러 사건이 나오지만 진행되면서는 이런 엇갈임이 갈등을 효과적으로 잘 고조시키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셰리의 능력을 믿고 그의 든든한 친구가 된 존 페인 형사와 자신의 승진을 시기하는 동료형사의 갈굼에다가 별거문제까지 겹친 켈리 오쇼네시 형사, 그리고 관할이 다른 두 형사를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연쇄살인범 사이크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비중의 인물이 나오는데 어느 한 명 소홀함 없이 생생하게 형상화 되어 있는 점에 감탄했습니다. 거기에 작은 사건들의 이야기도 풍성해서 시즌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습니다.(실제로 이 작품은 셰리 무어 시리즈의 첫작품이라고 하는군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들었는데, 특히 마지막 마무리 장면 - 반전이 아니라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선물 같았어요 - 에서 깜짝 놀라면서 감동했습니다. 셰리 무어 시리즈의 작품이 2편 정도 더 있는데 꼭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지정보]


제목 : 18초
원제 : 18 Seconds (2006)
지은이 : 조지 D. 슈먼 George D. Shuman
옮긴이 : 이강표
출판사 : 황금가지
발간일 : 2008년 05월
분량 : 471쪽
값 : 12,000원



p.s. 저자 공식사이트 : George Shuman http://georgedshuman.com/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다른언어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