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4 01:33
05월 01일 금요일 셋째날
시차적응이 안되었는지 거의 새벽같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가까운 하이드 파크 나들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숙소에서 나와서 가까운 테스코 익스프레스 먹을 것을 사들고 걸어서 3분거리도 안되는 하이드 파크에 들어갔습니다.
하이드 파크
예전에 파바로티의 하이드 파크 공연을 TV로 본 기억으로 하이드 파크는 그냥 공원 정도의 규모였는데 실제 가보니 엄청난 면적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딱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이 이런 식.

나무들도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고 조깅에 자전거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쉴새없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운데 쯤 있는 호숫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온 새우 샐러드와 사과주스, 사과 조각을 꺼내서 먹었습니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는 하이드 파크 주위를 배회했습니다. 우선 가본 곳은 다이애너 비 추모분수였는데 포석정 처럼 물이 돌아흐르는 구조였습니다. 너무 일찍 간 탓에 청소를 하고 있더군요.(가는 길에 있었던 켄싱턴 궁전 - 다이애너 비가 마지막으로 살았다는 - 역시 시간이 일러서 오픈하지 않았었습니다.)


이어서 발길을 옮긴 곳은 서펜타인 갤러리였습니다. 역시 너무 일찍 가서 개장을 안해서 앞에만 보고 왔습니다.(일찍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을 이 날 깨달았어야 했는데 계속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다녔어요 ㅠㅠ) 원래 서펜타인 갤러리는 여름마다 갤러리 앞에 한시적으로 세계 유명작가의 파빌리온을 세웠다가 철거하기로 유명한데 제가 갔을 때는 여름이 아니라서 그냥 평범하게 보였습니다.

갤러리 앞에서 잠깐 누워서 햇살을 즐기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린 후 작동을 하지 않아 패닉상태가 되었는데 두드리고 다시 한 번 더 살짝 떨어뜨려보고 하다보니 다시 정상상태가 되어 휴 하고 안도의 안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
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
하이드 파크에서 나와 처음으로 2층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Royal Academy of Arts)였습니다. 가는 길에 처음으로 프레타망제에 들러 커피를 하나 샀구요. 상설전시도 있었지만 오후부터나 관람이 가능했고 특별전시인 쿠니요시전은 크게 끌리지 않아서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들과 건물앞의 풍광을 잠시 즐기다가 나왔습니다. 날씨가 참 좋았어요. *_*)/


사치 갤러리
다시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현대 미술 갤러리로 유명한 사치 갤러리 였습니다. 앞선 로열 아카데미 오브 아츠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이곳에서 좀 더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이곳까지 쉽게 찾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바로 나오는 것을 오른쪽으로 가서 한참을 주위를 빙빙돌다가 찾았지 뭐에요. 흑흑 안내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ㅠㅠ 물론 가다가 이런 다람쥐도 만나도 헤매는 것도 다 새로운 경험이었지만요. ^^

이곳 역시 입장료는 무료지만 가이드북을 팔고 있어서 대부분 가이드북을 사서 들어가는 분위기 였습니다. 전시는 "Unveiled : New Art from the Middle East"로 중동지역 작가들의 작품 전시였는데, 이쪽 작품들을 처음 접하는 제게는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가이드북은 흑백이기는 했지만 전시설명이 상세한 편이었고, 널찍 널찍한 건물에 관람환경도 쾌적했습니다. 아래는 사치 갤러리 전경과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 점의 사진입니다.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에서 열리는 공연에 갔습니다. 칠링기리언 콰르텟과 첼리스트 알렉산더 이바쉬킨이 함께 하는 슈베르트의 5중주곡 연주회였는데, 사치 갤러리 앞에서 버스를 탔다가 막혀서 늦게 도착했답니다. ㅠㅠ 도착하니 막 1악장이 시작되었고, 저처럼 입장을 못한 사람들이 문앞에 있더라구요. 어제도 느꼈지만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의 연주홀은 아담한 규모고 외부 햇살도 그대로 들어오고 해서 독주회나 실내악의 경우 참 포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렉산더 이바쉬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 태생의 첼리스트로 작곡가 쉬니트케의 친구였다고 하는군요. 상당히 저명도 있는 연주자인 것 같은데 음악을 들을 때는 전혀 몰랐어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박수는 크게 나왔지만 앵콜은 없었습니다. : )

코벤트 가든
연주회를 다 보고 찾아간 곳은 코벤트 가든이었습니다. 우선 배가 고파서 코벤트 가든 역에 내리자마자 가까이 있는 막스&스펜서에서 Meal Deal이라는 프로모션 상품(샌드위치 + 음료 + 과자 = 2파운드)을 사서 길거리에 앉아서 먹고 주위를 구경했습니다. 역시 새우 샌드위치!

코벤트 가든을 갔던 이유는 다음 일정까지 미술관을 가기에는 애매한 어정쩡한 시간이기도 했고 이곳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있는 현대무용공연을 예매해서 나중에 잘 찾기 위해서 미리 가보는 차원도 있었습니다. 코벤트 가든 주변은 거리 예술가도 많고 음악가도 많아서 무척이나 흥겨운 분위기였어요.
로열 페스티벌 홀 -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회
어제와 똑같이 오전에는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 오후에는 로열 패스티벌 홀... 하는 식으로 또 로열 페스티벌 홀에 갔습니다. 오늘 공연은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로 어제와 똑같이 예매메일을 내니 표를 주더군요. 근데 표가 이쁘더라구요. *_* 좌석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합창석, 가격은 9파운드였습니다.

이날 공연 프로그램은 야나체크의 "슐루크와 야우 Schluck und Jau",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이었습니다. 협연자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토마스 체헤트마이어(Thomas Zehetmair), 지휘자는 마크 엘더(Mark Elder) 였습니다. 체헤트마이어는 지휘자로도 활동하는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들었는데 사전에 음악은 듣지 못하고 갔습니다.
자리는 어제보다는 조금 높은 합창석이었지만 방향은 동일했습니다.(인터넷으로 예약은 했지만 자리를 선택할 수는 없었어요.) 같은 위치에서 보니 어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무대를 채우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악기배치도 많이 달랐습니다. 오늘도 역시 제 옆자리에는 중년 부부와 할아버지 한 분이 앉으셨어요. 첫 곡인 야나체크의 곡은 처음 듣는 것이라 그냥 모르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황이라는 것이 처음 듣는 곡의 낯설음을 많이 감소시켜주는 것 같더라구요. 2번째 곡을 위해 협연자가 등장하고 거의 바로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는 것이 없어서 ㅜㅜ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체헤트마이어의 연주솜씨를 평할 수는 없지만 어제의 베네데티 연주에 비해서 참 쉽게 바이올린을 다루는구나...(체헤트마이어는 키도 큰 편~),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 CD를 한 번 사서 들어봐야겠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즐겼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엄청난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3번 정도의 커튼 콜이 이어졌는데 어제와 동일하게 딱 박수가 멈추고 쉬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후반부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역시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오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착착 맞아떨어지는 연주에 감탄을 했습니다. 앞선 협주곡과 동일하게 어제와 비슷한 정도의 박수와 커튼콜이 이어졌고 역시 앵콜은 없었습니다. 지휘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자리라서 지휘자만 뚫어지게 쳐다봤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휘자도 연주에 만족했는데 무척이나 좋은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왔어요. ^^ 아래는 쉬는시간에 찍어본 무대 사진과 조명을 이용한 로고입니다. 어제랑 각도는 비슷하지만 좀 더 무대가 많이 보였어요.


연주회가 끝나고 어제 올때 밟았던 노선을 따라서 숙소로 귀환했습니다. 어제와 동일하게 갔던 곳을 다시 갔던 일정이라서 여행이라기 보다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느낌도 들었답니다. ^^
지출내역
- 새우샐러드+쥬스+사과 : 2.22파운드 (테스코)
- 아메리카노 : 1.47파운드 (프레타망제)
- 사치갤러리 카탈로그 : 1.5파운드
-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 공연 기부금 : 1파운드
- 새우샌드위치+음료+과자+비닐 : 2.05파운드 (막스&스펜서. 셀프계산 코너에서 해서 카드로 계산해 봤어요. ^^)
-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회 입장권 : 9파운드 (카드예매)
- 아이스라떼 : 1.95파운드 (EAT)
p.s.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 공연은 모두 무료고 기부금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인터넷을 예약을 해서 카드로 계산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공연당 3파운드 정도는 내는 것이 맞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