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0 22:26
[책을 읽고 나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혈통이 프랑스 왕실을 통해 이어진다는 설정은 이제 새롭거나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류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다](엘마 그루버, 아침이슬)와 [미켈란젤로의 복수](필리프 반덴베르크, 한길사)에서 였는데 그때 읽으면서 "오 이런거였어?" 하면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후 있었던 [다빈치 코드] 열풍으로 인해서 이제 이런 이야기는 상식에 속하는 것이 되었지요.
노르웨이의 소설가 톰 에겔란의 [요한 기사단의 황금상자] 역시 이런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반전이나 마지막에 가서 놀랍게 드러나는 비밀... 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이 [다빈치 코드]보다는 먼저 출간되었지만 유명세에 밀렸기 때문에 실제로 저자가 "제 책이 [다빈치 코드]보다 먼저 출간되었다는 점에 대해 기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표절 시비에 휘말려야 했을 테니까요."라고 말할 정도로 두 책 사이에 유사성은 많이 발견되거든요.(소재의 유사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알비노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점이 그런데요, 이 책의 주인공은 알비노입니다. 이 외에도 결정적이라고 여겨질만한 비슷한 점도 있어요.) 하지만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 소설은 근본적으로 [다빈치 코드]류의 작품과는 다릅니다. 이야기의 진행이 "조용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천천히" 진행된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실제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우리가 황금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는 것은 500페이지를 넘어서 부터거든요.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하거나 쓸데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 덕분에 로버트 랭던 보다는 알비노이자 고고학 조교인 주인공 비에른 벨퇴의 모든 것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그의 행동을 잘 이해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스릴러나 추리소설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에서 해방되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다빈치 코드]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읽어봐야지~ 하면서 읽었지만, 이런 주제에 큰 흥미가 없는 분들에게는 주인공이 큰 어려움에 빠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정적인 사건이 착착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서 지루하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지루함의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주인공을 추적하는 사람들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
[서지정보]
제목 : 요한 기사단의 황금상자
원제 : Sirkelens Ende (2001)
지은이 : 톰 에겔란 Tom Egeland
옮긴이 : 손화수
출판사 : 북하우스
발간일 : 2007년 08월
분량 : 655쪽
값 : 12,800원
p.s. 국내판표지와 원서표지~ 국내판 표지가 제일 좋네요~



p.s.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원제인 "Sirkelens Ende"는 "Circle's End"라고 하네요. 저자의 공식사이트(http://www.tomegeland.com/)에 보면 이 책이 번역된 16개 국가가 나오는데 아시아에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네요~ 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