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5 01:14
토요일을 부모님댁에서 보내고 집에 오는 길에 잠깐 홍대 근처에 들러서 전시회 2군데를 갔었습니다.

먼저 간 곳은 대안공간 루프에서 하는 "죄악의 시대". 처음 가는 곳이었는데 지키는 사람도 없고 저 밖에 관람객이 없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전시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는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졌는데, 1층의 가운데는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동그라미 스티커가 붙어 있는 서울시 전도가 놓여 있습니다. 벽에 있는 평범한 동네 사진들에서 같은 색깔 스티커가 붙어 있구요. 지도의 구석에 있는 범례를 보면 유영철이나 정남규 등의 범죄현장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 왼쪽으로는 탁자와 스탠드와 함께 살인자(라고 주장하는) K의 일기가 놓여 있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봉인된 책과 "친구의 얼굴"이라는 제목의 범인 몽타주 같은 연필그림, 용산참사의 현장인 남일당 건물을 주제로한 "'그날의 남일당" 연작과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현장검증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산한 느낌이 드는 전시였는데 전시 기획자의 기획의도와 작가, 연구자들의 설명을 볼 수 있는 영상과 다른 글들을 보고 전시회 의미를 조금 알게 되었어요. 영상 링크를 걸어두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셔요. Art on View - Criminal Scenes in Korea

이어서 향한 곳은 서교예술실험센터(상상마다 뒤쪽에 있더군요)에서 하고 있는 "A4용지"전. A4용지를 이용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들 전시하고 있었는데 볼 때는 몰랐지만 와서 도록을 보니 2007년에도 이와 비슷한 "A4놀다"전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앞서와 마찬가지로 관람객은 저밖에 없더군요.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국가권력과 A4"라는 제목으로 논란이 되는 법정 판결문과 역대 대통령 취임사를 디자인한 작품이었는데 원래 작품의도 동떨어지게도 취임사를 제대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라 취임사 자체에 흥미가 생기더군요. :-) "A4용지"전의 전시회의 도록 내용과 각 작가의 블로그도 소개하고 있는 공식블로그가 이글루스에 있어 링크해 둡니다. http://a4exhibit.egloos.com/
p.s. "죄악의 시대"에 대한 다른 블로그들을 보다가 회색 시멘트색인 전시장소 대안공간 루프의 공간적 색채와 주제가 어우러져 전시장에 들어서면 교도소에 들어간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는 전시회 평이 있는 포스트를 보았어요. 당연히 내공의 차이겠지만, 난 아무리 똑같은 것을 봐도 뭔가 더 이상의 의미를 깨닫지는 못하는구나 Orz 했습니다. 배워서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듣고 알아야할 것이 참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