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19 23:08
* 지난 월드 컵 열풍이 불 때 썼던 글입니다. 싸이월드 게시판을 정리하는데 - 아래 밑줄 글들도 다 싸이에 올렸던 거에요 ^^ - 있어서 옮겨 둡니다. ^^
어제는 날씨도 우중충한데 할 일도 없고 해서 자주 가는 헌책방에 갔었습니다. 책방에 모인 나이 지긋한 분들 모두 축구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가끔 양념 삼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회장의 대선출마 가능성도 점쳐가면서요 ^^ 히딩크에 대해서는 다들 모르시는 게 없으신 듯 했습니다. 선수들 이름도 줄줄 꿰시고...
그 중 한 분이 이야기 증에, 폴란드 전에선가? 박지성이 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을 껴안는 장면 보면서 "나도 저렇게 우리 아들놈 좀 꼭 껴안아 봤음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위 분들깨서 자제분이 한국에 없냐고, 군에 갔냐고 물어보시니, 그건 아닌데도 껴안을 기회가 없다. 좀 안아볼라치면 대뜸 '아버지 왜 이러세요. 술드셨어요?'라고 이야기 하며 슬슬 피해 좀처럼 안아볼 기회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다른 비슷한 연배 분들도 맞다 맞다며 동감을 표시하셨습니다. 평소에 애정표현을 안하다 하려니 잘 안먹히는게 당연한 것을 알면서도 진심을 몰라주는 아들을 섭섭하게 느끼는 것, '사랑한다', '좋아한다', 칭찬의 표현은 하지 않으면서도 매순간 걱정을 놓지 못하시는, 많은 아버지들의 이 모순된 태도는 고쳐야지 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아버지를 한 번 안아드릴까 하다가, 반대로 아버지가 '너 왜 그러냐?' 그러실까봐 -.-;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경우는 설거지 하실 때나 TV를 보고 계실 때 장난치면서 갑자기 껴안아 드린 적이 종종 있지만 아버지를 갑자기 껴안는다는 건 '어색해!'하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가끔씩 아버지가 뜬금없이 말을 걸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재삼 확인하듯 물어보시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럴 때 마다 좀 차갑게 대했었는데 이제는 좀 살갑게 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이런 저의 "나쁜 버릇"을 계속 가지고 있기에 아버지의 나이가 너무 많으시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