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04 21:15

어제 오후에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가서 홈페이지에서 본 대로 왼쪽의 벼룩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팜플렛을 받아 들고 쭉 둘러보았는데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파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많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조금만 살펴보다가 출판사 부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좀 걷긴 했는데 워낙 홍대 근처에 재미있는 가게가 많아서 심심치 않았습니다.
입구(?)에 도착하니 자봉하시는 분이 열심히 차를 막고 계시더군요. 왼쪽부터 출판사를 하나 하나 살펴보며 내려갔는데 우와 생각보다 출판사가 많이 참가 했더라구요. 도서전 만큼이나 많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한 바퀴를 다 둘러보고 다시 찬찬히 보려는 것이었는데 전기물로 이름이 높은 미다스북스에서 폭탄세일을 하는 바람에 허겁지겁 책을 골랐습니다. 5천원 이상이면 주시면 DVD가 제가 너무 보고 싶어하던 [미라클 워커 The Miracle Worker](기적을 일으킨 사람)였다는 점도 너무 맘에 들었고 부스에 계신 분들도 하나 하나 설명을 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아마 [미라클 워커]는 미다스북스에서 나온 [헬렌 켈러]에 대한 이벤트 상품으로 주시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책을 한아름 들고 가는데 그냥 지나만 가도 포스터를 주시고, 공책을 주시고 책도! 그냥 주셔서 감사히 받았습니다. 새움에서 [비평과 전망]을 싸게 팔고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물끄러미 보고만 있으니까 책을 나눠주신다며 [국화꽃의 비밀]을 그냥 주시는게 아닙니까! 아 너무 감사했습니다. [당신 기자 맞아?] 보고 새움출판사 좋아했는데 더 좋아졌어요. 흑흑
그리고 나서 열림원에서 보부아르의 연애편지를 싸게 팔아서 기쁜마음에 사고, 사회평론에서 반값에 책을 팔아서 - 아 이게 가장 타격이 컸어요 ㅠㅠ -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이랑 [인간에 대한 오해]를 덜컥 사버렸습니다. 아 사고나서... 돈이 모자라서 다른 출판사 부스를 그냥 지나치면서 충동구매란 참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시집을 싸게 팔아서 [무늬](이시영)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장석남)을 골랐습니다. 선물로 이번에 나온 [쨍한 사랑노래] 기념노트를 주시더군요. : ) 마지막으로 생각의 나무 부스를 지나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뭔일인가 하고 보고 있으려니 3,000원 균일가 판매를 한시적으로 하고 있는게 아닙니까! O.O 돈이 없었던 탓에 평소 사고 싶었던 책 중에 하나인 [사무라이](니토베 이나조)를 한 권 샀습니다.
원래는 전시회장도 들를 계획이었는데 양손에 포스터에 노트에 메모지에 책이 가득이라 바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읽어주기나 책만들기 행사 등 여러가지 좋은 행사가 많았는데 마치 할인매장 둘러보듯 책만 사고 와서 좀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당분간 책 구입은 자제할 예정입니다. 10월 달은 알뜰살뜰 살아보려 했건만 ㅠㅠ
p.s. 좋은 행사를 가도록 강요(^^)해주신 우유당손녀님께 감사 ( _ _ )
p.s. 오랜만에 들춰본 장석남의 시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시집의 표제시인 "옛 노트에서"를 옮겨봅니다.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 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간신히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