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13 14:47
전화 너머에도 '사람'이 있답니다.
제가 하는 업무와 관련해서 많은 부분은 고객센터 분들이 처리를 해주시지만 꼭 담당자와 통화를 해야겠다는 고객님들이나 알음알음 담당자 번호를 확인하셔서 직접 통화를 하는 분들이 늘 있어서, 많을 때는 하루에 3-4건, 적게는 1건 정도는 직접 고객님과 통화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고객응대 경험을 통해서 그나마 전문적인 상담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모나지 않고 회사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객응대를 하곤 합니다. 물론 가끔 작정을 하고 약을 올리는 분들과 상대를 하게 될 경우도 있는데 이럴때는 아마추어 티가 나는 바람에 정말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 비율은 다르겠지만 늘 일정부분은 저희가 잘못한 부분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니 감내하곤 합니다. 사실 고객님의 입장에서 전화 거는 일이 얼마나 성가스러운 일인지 저도 잘 알거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전화를 하실 때 고려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요, 전화를 받는 상대방도 또한 고객이라는 점입니다. 제 일의 특성상 대부분의 고객님은 본인의 회사를 대변하는 입장에 서게되는데 전화를 받아 응대하는 저 또한 그 회사의 한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모 회사의 담당자분은 어찌나 고자세로 명령을 하는지 앞으로 그회사 제품 쓰는 건 고려해 봐야겠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ㅡ.ㅡ 물론 이건 고객응대뿐만이 아니라 그냥 협의를 위한 전화통화에서도 종종 일어나긴 합니다. 갑이되건 을이되건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주면 좋겠구만 거의 을은 알아서 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갑을 만날 때 마다 그 갑이 되는 회사에 대해서는 비호감만 늘어나거든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저 또한 고객의 입장이 되어서 전화를 할 때 조심스러워 진답니다. 뭐 너무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이 전화 건 고객에게는 그 회사 자체다'라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