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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김추자는…

flipside 2023. 4. 22. 20:57

2004/08/31 17:13

 

"... 김추자는 당시 대중가요 지형에서 돌출, 그 자체였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당시 인기 있던 여자 가수들 하면 대개 이미자, 하춘화, 조미미, 김상희, 정훈희 등이었다. 그런 평균율 속에 김추자는 단연 별경이었고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대륙을 열어가는 탐사대였다. ... 김추자의 퇴장은 한국 가요사의 절반이 과거완료형으로 완성되어 문헌으로만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김추자의 공백은 [바람]을 부른 김정미가 메우려 했지만 단지 아류일 뿐이었다. 김정미 그 자체로는 괜찮은 가수였고 그의 일렉트릭 보이스나 춤동작 등은 분명히 매력의 요인이었지만 김추자의 봉우리에 비하면 언덕배기 정도일 뿐이었다. ... 김추자의 존재의의는 평준화, 일반화, 관습화되어 있던, 그래서 무척이나 지루하고 단순편력했던 우리 대중가요사의 무의식적 습관을 일거에 뒤흔들어 놓고 충격을 가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노래 문법은, 다소 비약해서 말하면 이미 지배화되어 있던 무의식적 노래 문법에 파열의 지점을 확실히 각인해 놓음으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긴장의 틈새와 이단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수용자는 그 제공으로 인해 자신의 음악적 반향의 스펙트럼을 넓게 그리고 다채롭게 조형할 수가 있었다. 김추자는, 때문에 우리 대중가요사의 한 정점이자 선지식(善知識)이 되는 것이다. ..."

 

"내 마음의 요람이 되어버린 김추자" 중에서

 

[쇼쇼쇼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이성욱, 2004, 생각의 나무

 

 

위의 인용한 부분 바로 전 단락에서 이성욱은 1986년 있었던 "김추자 10년만에 리사이틀 특별쇼!"에 가기 위해 수술전날의 안정을 포기하고 환자복을 벗어던진채 리사이틀을 보러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이야기 한다.

 

 

내게도 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 수술 전날 콘서트가 열리면 달려갈만한 대중문화의 우상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 봤는데 없었다. 앞으로도 생길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