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2 22:58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선배님으로서 '원주캠퍼스'라는 타이틀이 가져오는 불이익이나 고충은 없으신가요?
매우 애매하죠? 원주캠퍼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그렇고 굳이 밝히기도 어색하니까요. 그래서 데뷔 10년 동안 제가 신촌캠퍼스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저는 인터뷰 같은 자리에서 제 프로필을 물으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라고 많이 말했었는데 사람들이 처음에 알고 있는 인식이 잘 안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자주 얘기 했는데도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캠퍼스 학생들이라면 이런 고민은 한 번 씩 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한 때 속상했던 적도 있었는데 신경 안 썼어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은 방송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노래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이런 문제는 학교 측에서 신경 써 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캠퍼스라고 지칭하기 보다는 학과 이름에서 차별화를 두는편이 낫지 않을까요? '아, XX과는 원주캠퍼스에 있지?'하고 자연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면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사람, 그러니까 굳이 밝히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닌데 숨긴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없어질 수 있겠죠. 동일한 과 같은 경우도 이름을 다르게 해 주면 매끄럽게 넘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윤종신 인터뷰 중에서, [연세매지] 제37호, 2006년 08월
본교가 (서울에) 있는 학교의 제2캠퍼스에 다니고/다닌 학생이라면 공감할 만한 부분이라서 옮겨 적어 봤습니다. 저 역시 OO캠퍼스를 나와서 - 연세대학교는 아닙니다 - 위에 윤종신이 말한 "선의의 피해"를 몇 번 입은 적이 있지요. 이제는 경력사원이 되다 보니 학교보다는 전직장이 나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 되지만, 처음 이력서 쓸 때나, 낯선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 지 고민을 했었거든요. 어쩌다 같은 학교 나왔다는 사람을 만나면 어찌나 본교 앞에 있는 어디 가봤냐...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통에 당황도 하고, 또 어떤 동기나 후배는 그만두고 다시 시험봐서 본교나 더 좋은 학교로 가는 모습을 많이 보기도 했구요.
가장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전 직장에 입사했을 때 임원면접을 앞두고 있는 대기실에 중간간부가 면접에 대해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주다가 제 이력서를 보고 "delius씨 OO캠 나왔어요?"라고 물어봤는 일입니다. 제가 "네."라고 대답했을 때 그 분이 지었던 반응 - 뭔가 잘못되었다는 식의 - 이 여전히 기억납니다. 뭐 그래서 면접보고 나서 당근 떨어진 줄 알았는데 붙어서 의외라고 생각했었죠.(임원분들이 늘 그렇듯 이력서를 자세히 안보셨나봐요 ^^) 나중에 그 분을 겪어 보니 학벌 만능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교는 봐야한다주의자시더군요.
이제는 첨 만나는 사람에게 정말 아무 꺼리낌이 말하긴 하지만 여전히 학연의 끈과 학벌은 여전히 보이지 않은 손의 기능을 잃지 않았고, 앞의 중간간부 같은 분들이 너무나 많은지라 가끔은 고등학교때 좀 더 열심히 할껄 - 구체적으로는 수학을 좀 더 할껄 Orz -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뭐 제 전부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요. 몰라주면 할 수 없고, 아니면 말고...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그나마 얻은 교훈은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노력을 집중하기에도 시간을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면 OO캠퍼스~는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인데 상급자가 어느학교 나왔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는게 좋겠냐고 질문하신다면 저는 OO캠퍼스 나왔다고 대답하시길 권합니다. 학교 물어보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 마디 듣는 것이 학교 속인다고 뒷소리 듣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