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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한젬마씨가 글까지 잘 쓰면 다들 기분 나빠 할 것이다

flipside 2023. 5. 3. 22:24

2006/12/26 16:26

 

-대필의 기준은 무엇인가?


독자가 읽고 싶어하는 수준이 있다. 상품이기 때문에 세련된 걸 원한다. 대필은 이를 테면 보석세공처?? 세공을 해주는 작업이다. 이건 버리고 이건 쓰자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아이디어는 내가 낸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정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저자가 고전적인 방식으로 책을 쓴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얘기도 집어넣을 수도 있다.


-말이 안된다. 한젬마의 경험이 아닌 걸 마치 직접 겪은 것처럼 넣을 수 있나?


그렇게 말하면 홍상수 감독 같은 경우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 배우 고현정이 무슨 말을 하면 즉석해서 ‘그것 재밌다’며 대사로 쓰자고 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 작품이 아닌가. 어쨌든 한젬마씨가 에피소드를 모두 소화를 했다. (안 대표는 책 출판과 영화제작을 동일시해서 설명했다. 그는 감독=출판사, 배우=저자, 스텝=출판사 직원이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기획물과 아닌 것의 차이가 뭔가


어떻게 보면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만든다. 내가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만든다. 단순하게 대필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별로 바람직한 관점이 아니다. 지난 번 정지영 사건(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의 경우, 노동의 문제가 개입이 안됐다. 출판물의 다양화를 위해서 (대필은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으면 문학하는 사람만 책을 내야 한다. 한젬마씨가 글까지 잘 쓰면 다들 기분 나빠 할 것이다. 그림 잘 그리고, 방송 잘하고, 글까지 잘 쓴다면 누가 기분 좋아 하겠는가




명진출판 "대필작가 밝히는 건 이상주의" 중에서, [한국일보], 2006년 12월 20일




북에디터 자유게시판에 이 기사에 대해 이야기한 게시물에 덧글이 많이 달려 있어서 정독해 보았다. 원문을 찾아 보니 20일자 기사인데 모르고 넘어갈뻔 해다. 헉... 어찌 이런 인터뷰가 있을 수 있을지 덜덜덜... 특히 "한젬마씨가 글까지 잘 쓰면 다들 기분 나빠 할 것이다."라는 말에는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_-




p.s. 같은 기자의 역시 놀라운 기사 : 한젬마 "이름만 빌려준 대필아니다" 해명 / 공감 100배의 포스트 : 글쓰기를 우습게 아는가.


p.s. 2개 기사를 읽고 나니 묵비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나름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