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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제대로 챙겨!

flipside 2023. 5. 3. 23:00

2007/03/23 10:38

 

 

집에서 구독하는 신문이 [중앙일보]라 아침마다 보고 있긴 하지만 점점 "내가 왜 이 신문을 돈 주고 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아일보]나 [조선일보]보다는 조금이나마 다른 점이 있겠지... 하는 어리석을 생각을 하면서 꾹 참고 보고 있는데 이렇게 심사가 삐뚤어 있다 보니 문제만 눈에 보이네요.


오늘 실린 "힐러리 비방 UCC 급속 확산"이라는 기사는 뉴욕 특파원발 기사인데, 해당 동영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를 궁지에 몰아넣은 74초짜리 동영상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패러디한 것. 독재자 '빅 브러더스'를 연상시키는 힐러리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나오자 이를 표정없는 사람들이 멍하게 쳐다본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를 상징하는 알파벳 'O'자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은 여성이 해머를 스크린에 던져 박살 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상물이 조지 오웰의 [1984]를 직접 패러디 한 것이 아니라 해당 소설을 모티프로 한 1984년 애플 컴퓨터 광고를 이용한 것이라는 것을 [중앙일보]의 미국 뉴욕 특파원은 전혀 몰랐던 것일까요?(그럼 광고 만든 리들리 스콧은 뭐가 되삼 -.-;) 해서 한 번 다른 기사는 어떤지 뒤져봤습니다.


- 조선일보 : 애플 광고 언급 없음
- 동아일보 : 애플 광고 언급 없음
- 서울신문 : 애플 광고 언급 없음
- 쿠키뉴스 : 애플 광고 언급 없음
- YTN : 애플 광고 언급 없음
- 세계일보 : 애플 광고 언급 없음


- 경향신문 : "..74초 길이의 문제의 동영상은 1984년 애플 컴퓨터 광고를 패러디한 것으로..."
- 한국일보 : "... 벨리스의 동영상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응용해 1984년 애플 컴퓨터사가 만들었던 광고를 변형해 만든 것이다. ..."
- 아이뉴스24 : "...애플이 지난 1984년 슈퍼볼에서 처음 선보인 매킨토시 광고를 절묘하게 패러디한 이 광고는 "


애플 광고에 대한 언급없이 오바마 관련자가 만든 동영상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것은 요즘 이영애가 나오는 명성황후로 나오는 명성황후-대원군 체스두는 광고를 누가 패러디해서 UCC를 만들었을 때 그 UCC를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관계를 패러디한 동영상"이라고 말하는 꼴이 되는 셈이죠. 해당 UCC를 유튜브에서 볼 때 왼쪽에 나오는 Related 리스트에는 "Hilary 1984 Macintosh Spoof Video Apple Mac Obama"나 "Apple 1984" 처럼 애플 매킨토시 광고와 이 동영상의 관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실 중에 하나는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해당 동영상의 제목이 "Vote Different"!라는거~ !


뭐 일반인이 올린 포스트에 이런 내용이 올라갔다면 이렇게 구구 절절 긴 설명을 쓸 필요도 없겠지만 신문기자가 이러한 부분에 대한 확인도 없이 부실하게 기사를 쓰는 것을 보고 있다보니 짜증이 나서 급히 적어 봤습니다. 최근 [미디어오늘]에 실린 수습기자와 선배기자의 대화 패러디 기사에 "팩트 제대로 챙겨!"라는 선배기자의 충고를 보면서 아 그래도 기본은 아직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했는데 그건 일부만 그런건가 봅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