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2 23:04
최근 좀 먼나라를 시기와 여러 정황이 잘 맞아서 비싸지 않게 패키지여행 다녀온 A, B와 만난자리. 여행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감흥 보다는 그 여행 중에 만난 이상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 가이드말 안듣는 사람이나, 가이드를 자기 애 보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가족 이야기, 애가 BC이전에 세워진 유적을 돌로 긁어도 야단 안치는 부모 이야기는 정말 듣기만 하는 입장에서도 짜증 -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리 나이 많지 않은 한 부부가 했다는 다음 이야기.
다들 서울에서 온 것만은 아니라서 서로 어디서 왔냐고 이야기를 하고 뭐 그랬는데... "아 저희는 oo에서 올라왔어요." / "저와 집사람은 □□에서 xx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였는데 한 부부가 대뜸 "어디사세요? "저희는 목동에 살아요."라고 이야기 하더랍니다. 그래서 공항까지 50분도 안 걸렸다고. 경기도 저 위에 살고 있는 A와 "네? 무슨 동이요? 서울에 그런 동이 있었나?"라는 대답을 들은, 1호선 위쪽 언저리에 사는 B는 졸지에 빈민이 되었고요.
변변하지 못한 학교랑 내세울 것 없는 지역에 살고 있어서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의 심정을 전혀 짐작 못하겠는데, A가 다니는 회사에 새로 들어온 경력사원이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그냥 뜬금없이 "저는 OOO에 다녔습니다."라고 "신분"을 밝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다 그런 연장선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망한 사업부에서 전체 사업부 단위로 '리스토라'(restructuring. 최근 [라이어 게임] 드라마를 봤더니 '구조조정'보다는 '리스토라'라 귀에 익네요 ^^) 당한 적이 있어서 전직장 이야기 하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을 겪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양념으로 사용할 뿐이라 그 심정 또한 이해를 못하겠지만요.
오늘의 교훈
- 다시 만날 사람 아니면 도곡동 산다고 하자~ (실제로 B네 회사는 도곡동에 있어서 그렇게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 했음.)
- 패키지 여행 전에 미취학 아동이 같은 일행에 포함될 경우 여행을 다시 생각할 것~
p.s. 설마 이 글을 보고 제가 "목동" 사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ㄷㄷㄷ (쓰고나서 생각해보니 저는 적출당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