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19 23:02
"S군은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 이마를 가린 머리칼을 오른손으로 그러올렸다. "이건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을 때 생긴 흉터. 3층이었는데, 땅에 풀이 많아서 살아났어요." 학급회의가 시작될 시간이 되어, 담임 선생이 그들을 부르러 왔다. S군은 걸을 내딛다가 뒤돌아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투신 자살은 안하는 게 좋아요. 의식이 없어진다느니, 떨어지는 순간 과거를 떠올린다느니, 그거 순 거짓말이에요. 난 땅에 부딫이는 순간까지 의식이 있었는걸요. 무지무지 아팠어요."
[가족 스케치], 유미리 |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