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25 00:28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스포츠 기록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대중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일본의 두 선수, 마라톤의 쓰브야 고기치와 여자 허들의 요다 이쿠오는 그 후에 자살했다. 특히 가엾은 쓰브야는 마지막 결승 지점에서 광적 흥분 상태였던 일본인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국 선수에게 추월당해 2위로 스타디움에 들어오는 치욕적인 경험을 한 선수였다."
[근대일본]중에서, 이안 부루마 지음, 최은봉 옮김, 2004, 을유문화사
이전에 크로노스 총서 중 [가톨릭 교회]를 읽었는데 좋은 내용이다 싶었지만 재미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도 딱딱하려니 했는데 예상보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여러 사건들의 맥을 짚어주는 저자의 능력이 탁월하다. 그나저나 위에 문장을 보고 언급된 두 사람에 대해 찾아봤는데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었다.
[츠브야 고기치 이야기]
우선 번역에 오류가 있었음. 원래 1964년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 우승은 아베베였고, 위에 언급된 츠브야 고기치[円谷幸吉]는 영국 선수(Basil Heatley)에게 추월당해 3위로 들어왔으며 기록은 아래와 같다. 위 문장은 아마도 영국 선수의 뒤에 들어왔다는 뜻으로 번역하는게 맞았을텐데 2위라고 번역한 것 같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때 당시 일본 사람들은 서양인 - 특히 백인들 - 을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던 것 같아서 흑인인 아베베의 우승은 차치하고 백인 선수를 츠브야 고기치가 이겨주길 바랬던 것 같다.
어쨌거나 츠브야 고기치의 기록은 2위와 0.8초 차이 ㅠㅠ 그는 1968년 1월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출전을 앞두고 선수촌에서 동메달을 쥐고 손목을 끊고 자살했다. 유언은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Cannot run any more." 여러 기사를 보니 대중들의 압력으로 인해 선수가 자살한, 스포츠의 비극으로 자주 거론되는 사례였다.
1위 Abebe Bikila 2시간12분11초2 (올림픽기록)
2위 Basil Heatley 2시간16분19초22
3위 Tsuburaya Kokichi 2시간16분22초8
- Kokichi Tsuburaya : 사진
[요다 이쿠코 이야기]
80m 허들선수인 요다 이쿠코[依田郁子]는 당일 경기에서 5위를 했다. 실제로 이 기록은 1996년 올림픽경기에서 미치코 시미지가 5,000m에서 4위를 하기 전까지는 육상 트랙경기에서 일본 여성이 거둔 최고의 기록이었을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자살했다고 하는 언급이 있는데 일본 사이트를 뒤져보니 1983년 10월 14일 목을 매 자살했다고 한다.
p.s. 비슷한 사례로 1988년 11월 나고야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했던 나카야 요시아키 아이치현 전 지사가 자살한 사건을 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