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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애국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flipside 2023. 5. 10. 22:25

2005/06/19 23:05

 

"애국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서울에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종종 벼랑에 핀 꽃처럼 대단한 벽지에서도 산견되는 수가 있다. 그들은 희소가치로 인해서 더욱 빛이 찬연하고 기세가 대단하다. 아무도 그들의 우국충정을 폄할 수 없다. 그들은 갈수록 창궐하는 매국적 부정부패와 민족 정기의 망국적 타락에 대한 끊임없는 경고이고 제동장치이다. 비록 모든 사회악과 도덕적 타락이 불치의 암처럼 뿌리깊은 고질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은 그들의 제동 능력의 효율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들이 자임하고 나선 임무가 엄청나게도 중대하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한다. 그들은 없으면 별것이 아니지만, 있으면 없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것들에 의해서 특징지어진다. 첫째, 정열적이고 둘째, 배타적이며 셋째 비생산적이다. 그들을 만나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직 절망적인 단계는 아니다. ……"


서정인, [나주댁(羅州宅)](1968)의 첫머리에서


[물치], 서정인, 솔,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