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30 23:09
... 전제 사회에서 통치자들은 종종 여론을 중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때로 각급 관리들의 잘못을 찾아내는 전문적인 간관(諫官)을 배치하여 조정의 귀와 눈, 혀를 대신하게 했다. 이는 언뜻 보기에는 좋은 정책인 것 같지만 사실 폐단이 매우 심각했다. 다른 관리가 여론의 탈을 쓴 간관들의 말을 반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사체계나 중재기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간관들의 개인적인 인격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개인의 인격을 파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 운운하는 것이 종종 사실을 왜곡하고 시비를 전도하는 사회적 재난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마치 현대 신문들이 충분한 직업적 도덕 의식을 갖추지 못한데다 이에 상응하는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찬사와 비난을 일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해를 입은 사람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고,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신문의 내용이 바로 여론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얼마나 큰 혼란을 겪게 되는가! ...
'소동파, 포위를 뚫다' 중에서, [천년의 정원], 위치우위, 유소영/심규호 옮김, 미래M&B, 2003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 위 밑줄은 소동파가 모함당한 이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은 이렇게 밑줄을 긋다 보면 책 전체에 밑줄이 갈 정도로 재미있는데 처음에 두께나 내용에 겁을 먹고 일찍 읽지 않은게 아쉬을 정도다. 깊은 뜻을 담은 심오한 이야기임에도 이렇게 쉽고 술술 읽히는 책을 만나면 역시 문제는 주제/소재가 아니라 저자의 개인 능력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