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14 22:50
"네 여동생 이름이 뭐니?"
"유리코야."
가즈에는 선망도, 감탄도, 질투라고도 할 수 없는 특이하게 열띤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어머, 이름도 이쁘다, 얘 나하고 똑같은 여자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아."
그렇습니다. 괴물 같은 미모를 지닌 유리코와 우리는, 여자라는 같은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 그것이 믿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타고난 모습과 외모가 이 정도까지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 보게 되면 미추라는 상대적인 판단은 아무래도 좋게 되고, 단 하나뿐인 절대적인 미와 평범한 그밖의 것이라는 상황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유리코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하잘것없어,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로만 존재하는 여자 외에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괴물은 본인 이외의 인간은 무가치한 존재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로테스크]중에서, 기리노 나츠오, 윤성원 옮김, 문학사상사, 2005
기리노 나츠오 이전 작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당연 좋아하실만한 작품이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이라면 좀 더 부담이 덜한 [부드러운 볼]을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흥미롭고 충격적인 소재와 방대한 구성, 그리고 치밀한 심리묘사... 개인적으로는 전체 이야기의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장제중의 진술서 부분을 읽으면서 숨이 턱턱막혔답니다. 불만이 있다면 1권에 담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았다는 점. 들고다니면서 읽느라 혼났습니다. *_*
p.s. 桐野夏生 공식사이트 : http://www.kirino-natsuo.com/
p.s. 원서표지. 찾아보니 영어판이 랜덤하우스에서 2007년 3월 나온다고 하네요 ^^

p.s. 포스가 느껴지는 기리노 나츠오님 사진 ^^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