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17 15:36
최근 있었던 [분홍신] 시사회에서 사건이나 [조선일보] 기자가 술취해서 행패를 부린 사건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찬찬히 읽다보면 우리가 여전히 기자들에게 일정한 기대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문사에 근무했던 사람이나,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 기자가 된 이들을 많이 아는 친구(본인도 신방과를 나왔지만 기자 친구는 없다.. 흑 나의 인간관계란), 직업이 홍보라 어쩔 수 없이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랄 것은 없다는 시각을 갖게 되는데 의외로 많은 이들은 아직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것 - 예를 들어 사명감이나 직업의식, 공익적인 생각 - 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후죽순처럼 많은 매체들이 생겨나고 이들 매체들의 기사들이 그 질 보다는 화제성만으로 많은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는 지금, 개인적으로 기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 띄어쓰기 실수는 그렇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오타는 제발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제목의 오타는 피해주시길 바란다. 포털 뉴스에서 "LG화제"(원래는 LG화재가 맞음)라고 검색하면 몇몇 오타를 낸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네이버 결과]
- 적어도 최소한의 사실관계는 확인했으면 좋겠다. 일반기자가 모든 분야에 전문가는 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인 상식에 대한 부분마져 틀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근있었던 MBC [뉴스투데이]가 보도한 청소년 이반문화 관련 뉴스를 보면 가장 큰 주제가 되는 "이반"이라는 말의 정의조차 확인하지 않고 취재를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 기자는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공공성을 띈 일을 하긴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 군인, 소방관과는 다르다는 점을 스스로 항상 인식했으면 좋겠다. 유니폼을 입지 않으니 사람들이 몰라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몰라본다고 사람을 때리지는 말자.
- 모든 사람이 다 바쁘고 힘들다. 안 바쁘고, 안 힘들어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바쁘고, 너무 일에 힘겨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기자라서 특별히 바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말처럼 가락동 새벽시장에 새벽 5시에 나가볼 일이다. 혼자 바쁜척, 혼자 힘든척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다 바쁘고 힘들다.
- 기자에게 법을 뛰어넘는 특권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언론자유와 법, 또는 취재원 보호와 관련된 고전적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 그냥 보통사람이 법을 지키듯,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내가 기자에게 바라는 것은 단지 위에 5개다. 더 좁히면 오타 피하고 fact-check에 충실한 기자.. 여기까지다. 우리가 존경할만한, 사명감이 있는 기자들은 이제 기자 말고 다른 이름으로 불렀으면 좋겠다. 기자의 이해 못할 행동들이 기사가 되는 일은 점점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