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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김우창을 만나다

flipside 2023. 5. 12. 20:54

2006/12/10 14:55

 

김우창 교수


... 대학에 다니면서 존경하는 동아리 친구와 김우창 전집 세미나를 1년여 동안 진행하였다. 내 마지막 공부이자 변변찮은 독서의 종장이 아니었나 싶다. 어렵사리 김우창 전집을 구해 뜨문뜨문 3권까지 강독을 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이런 심미안과 생각의 겹이 가능한가에 대해 감격과 질시와 존경의 췌사를 교환하곤 하였다. 김우창 선생이 개진하는 논리의 치밀함과 정갈함은 비평에는 가닿지 못하나 불평에는 능했던 우리에게 문장 구조의 성채였으며, 이곳에서 한국어 추상명사는 온전히 그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한 가닿고 싶은 생각과 언어를 곁에서 엿들을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을 터인데, 김우창 선생이 편집인이었던 인문학 전문지 [비평]을 진행하면서 나는 복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늘 생각의 좌안과 우안을 살피시며 판단의 근거를 해찰하시는 선생은 너비를 측량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과 기획으로 후학들을 자극하였으며, 검박한 태도, 정력과 추진력으로 삶의 태도가 어찌해야 되는가를 알려주셨다. 내 삶의 기획안은 그분으로부터 배운 바가 적지 않음을 뒤미처 알게 되었다. ...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중에서, 기획회의 편집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5




joyce님의 글을 보고 나서 그 다음날 읽던 책에서 발견한 구절. 생각의 나무 편집자가 쓴 구절인데 기대되는 영화 예고편을 읽은 기분이다. 내년에는 한 번 읽어보리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