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 22:01
... 애완동물도 기를 수 없었다. 동물들도 나를 싫어했다. 언젠가 개를 한 마리 산 적이 있었다. 개는 하루종일 날 보고 짖어댔다. 이틀 후에 나는 개를 돌려보냈다. 거북을 기른 적도 있었다. 내가 한번 툭 건드리자 등딱지 안으로 몸을 숨기더니 두 번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며칠 후 거북은 죽어버렸다. 날 쳐다보거나 내 손길을 타는 것보다 죽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 무엇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 자신조차.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엔 나 혼자뿐이다. 데보라만큼은 예외지만. 물론 내 안에 살고 있는 괴물이 있긴 하지만. 그 친구는 자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설령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나와 단둘은 아니다. 반드시 우리 사이에는 다른 누군가가 끼어있다. ...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중에서, 제프 린제이, 최필원 옮김, 비채, 2006
드라마를 이미 재미있게 본 터라 책을 딱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둘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뒤늦게 읽어봤습니다. 읽고 난 결론은 책도 재미있고 드라마도 재미있었다는 점 ^^ 드라마보다 훨씬 두드러진 덱스터의 유머감각 - 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 과 재치넘치는 대사들은 읽는 맛이 있었고, 이런 이야기를 매끈하고 (원작보다 더) 풍성하게 영상으로 옮긴 제작자, 연출자, 각색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랑 [덱스터 시즌2]를 챙겨 읽고 봐야 겠습니다. 제프 린제이 만세!
p.s. 원서랑 번역본 표지. 하나만 고르라면 첫번째 것을 고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