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9 23:24
...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면서도 왜곡된 정보로 인해서 생긴 '신화' 속에 갇혀 살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낳는 오늘날의 신화는 경제 성장이라는 신화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경제 성장률이 1 내지 2 퍼센트면 형편없이 낮은 경제 성장률이고 적어도 5 퍼센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성장 도착증을 앓고 있다. 이러한 병은 정치가들과 기업가들에 의해서 전파되고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 산업 혁명기 경제 성장률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배이로치Paul Bairoch는 1800년부터 1913년까지 유럽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1.1%라고 추정하였다. 급속한 경제 성장이라는 산업 혁명의 신화가 유지되었던 이유는 역사에 대한 학자들의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Paul Bairoch, Economics & World History: Myths and Paradoxes,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3, xiii.)
혁명이라고 부르는 산업 혁명기 경제 성장률이 지금 우리가 형편없는 성장률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면,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수많은 상품 정보는 정보화 시대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파되지만, 인류 역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정보화 시대에도 전파되기 힘들다. 이러한 역사에 대한 무지가 신화를 만들어내고 신화는 걷잡을 수 없는 광기를 전파시키고 있다. 이제 국내외 학자들의 ‘과학적(?)’ 논의를 통하여 신화는 허상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모두가 성장 신화의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이러한 신화는 사이비 종교와 마찬가지로 20세기말 대혼란을 낳고 있다. ...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책머리에서' 중, 신광영, 1999, 문학과지성사
다시 밑줄을 한 번 더 긋는다면 "수많은 상품 정보는 정보화 시대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파되지만, 인류 역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정보화 시대에도 전파되기 힘들다."는 부분. 개인적으로는 제3장인 동아시아의 민주화라는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우리나라와 타이완의 민주화 과정을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딱히 타이완의 역사에 대한 책을 찾기는 어려운데 그쪽에 저처럼 비전문적인 관심이 있는 분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p.s. 산업혁명 이전의 경제성장률이 워낙 낮아서 실제 산업혁명기의 1.1%도 엄청난 성장률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 부분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책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