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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호기심을 먹고 자라는 요괴

flipside 2023. 5. 14. 11:11

2007/12/26 22:58 

 

… 와타루는 소문이란 마치 사람의 호기심을 먹고 자라는 요괴 같다고 생각했다. 일단 영양을 공급해 주면 요괴는 제멋대로 이곳저곳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점점 커져서 상상도 못할 힘을 얻어 끝없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한다. …… 호기심이 사라지면 요괴는 급속히 힘을 잃고 머지않아 작게 오그라든다. 그러나 그때는 새로운 요괴가 태어난다. 와타루는 자신을 둘러싼 공기 속에 마치 유령처럼 무수한 요괴가 떠돌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보고 있는 동안은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괴의 눈에 띄면 끝장이다. …


[죽어도 잊지 않아]중에서, 노나미 아사,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7




중간까지 읽다가 주인공 중 한 명인 와타루가 학교에서 소문으로 따돌림 당하는 모습이 너무 생생하여 잠깐 책 읽기를 중단했다가 좀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었습니다. 가족을 지탱해온 신뢰가 사건과 소문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묘사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가정과 집, 학교 등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주인공들이 당하는 고통을 현실감있게 드러내고 있어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좀 부자연스러운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 결말에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할 정도로 이들이 겪는 현실을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어서요. 주인공들의 현실에 공감을 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지지만 [얼어붙은 송곳니]를 좋게 보신 분이라면 당연히 이 작품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