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4 23:39
"뭡니까, 갑자기 가치관의 차이라니."
다시 웃었지만 미즈키 씨는 진지하게 말했다.
"가치관이라면 과장되게 들리겠지만 예를 들어 밤에는 절대 양치질만은 하고 자기로 무심코 나눈 약속이 있어. 그런데 남편이 술에 취해 지키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 그게 역시 가치관의 차이라는 거야."
"그런 것에서 가치관의 차이를 말하다니 미즈키 씨도 조금 심하군요. 충치가 생기는 것은 본인 문제니까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바보, 아이가 흉내 내잖아. 대학도 졸업했으면서 머리가 나쁘네."
이렇게 말하고 작은 '돈고로스'를 좌석 사이에 놓았다. '돈고로스'란 돈을 넣어두는 마대를 말한다. 그 안에는 자판기에서 회수해온 잔돈이 가듣 들어 있다.
"아이들은 어떤 계기가 생기면 말한다니까. '아버지도 이를 안 닦았어요.'라고. 그럼 아이와 어른은 다르다고 열심히 타이르지만 고생은 몇 배로 늘어나. 내 시간이 그런 일로 다 낭비되고 있어."
미즈키 씨는 농담이 아니라며 전남편에게 분노를 터뜨리듯이 차 키를 돌렸다.
"내 쪽에서 부탁하는 건 단지 매일 이를 닦아달라는 것뿐인데, 그것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아이의 교육을 전적으로 나에게 맡기겠다는 뜻이잖아. 내게 다 맡겼으면 자기는 두 배로 돈을 벌어오겠다는 이야기가 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형편이 아니었지. 그러니까 가치관의 차이라는 거야."
"자신의 생각을 잘 설명해주었으면 알아듣지 않았을까요?"
"그것이 부부가 되면 어려워."
다시 아쓰시가 웃었다. 그녀는 조금 전의 입장과는 반대가 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야한 이야기라도 뭐든 해야 한다고했지만 지금은 아쓰시를 대변해주듯 말하고 있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알아들었겠지요." 아쓰시는 재미있어하며 말했다.
"이유를 붙여 설명해주니까 내가 하는 말이 여자의 히스테리라는 거야."
미즈키 씨는 백미러를 내리고 다음 장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8월의 길위에 버리다] 중 "8월의 길위에 버리다" 중에서, 이토 다카미, 한성례 옮김, 북폴리오, 2007
제135회 아쿠타가와 수상작. 이토 다카미의 소설은 처음인데([안녕 그저께]가 달리에서, [하늘 높이, 깁슨 플라잉V]가 행간에서 각각 2007년 6월, 8월 출간. 이 책이 8월에 나왔으니 작년 여름에 그전까지 1권도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던 작가의 책이 한꺼번에 3권 쏟아져 나온셈~) 다른 소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베스트극장을 한 편 본 느낌이랄까요? 주인공이 20대가 아니라 30대라서 좀 더 공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 표제작 외에 "조개 속에서 보는 풍경"이라는 귀여운 단편과 2006년 09월 [문학계]에 실렸던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토야마 아키코 소설 좋아하시는 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p.s. 이토 다카미[伊藤たかみ]는 [대안의 그녀]로 제132회 나오키상을 받은 가쿠타 미쓰요[角田光代]의 남편. 부부가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각각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이토 다카미가 연하~ ^^)/
p.s. 번역본과 원서의 표지. 띠지가 있고 없음도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