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6 22:41
"자, 그럼." 어머니가 방 한가운데서 허리에 손을 얹었다. "엄마는 그만 갈란다."
"응."
"우에노 동물원에도 한번 가보고 긴자 거리도 슬슬 돌아다니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늘 저녁밥은 네 누나가 차린다고 했으니까 저녁 여섯 시쯤 신칸센으로 가면 될 거야."
"응."
"얘, 히사오." 똑바로 마주 서더니 히사오를 올려다보았다. "어디, 얼굴 좀 똑똑히 보여봐." 어머니는 히사오의 뺨에 손을 얹었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하지만 도쿄에서 혼자 사는 것도 마음껏 즐겨봐, 응?"
"응." 대답하면서 왠지 쑥스러웠다.
"열여덟 살이라. 참말로 좋다, 청춘이란."
그런 말을 절절히 곱씹는 어머니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히사오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면 건강하게 잘 지내라."
어머니가 떠나가는 것을 히사오는 창문 너머로 배웅했다.
어머니는 골목길을 돌아갈 때까지 세 번쯤 돌아보았고 그때마다 손을 흔들었다.
[스무살, 도쿄] 중에서, 오쿠다 히데오,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2008
원제는 [東京物語]. 역자의 말에 있듯이 "단 하루의 이야기를 오려내어 한 해를 묘사하고, 그렇게 모아들인 6일 동안의 에피소드로 이십 대 청춘의 십 년 간을 그려내는 탄탄한 구성"은 정말 감탄할 만합니다. 1979년, 1978년, 1980년, 1981년, 1985년, 1989년... 이렇게 6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여느 오쿠다 히데오 소설처럼 술술 읽히지만, 이전 소설보다 더 담백한 맛을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시대가 예전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18살 주인공의 풋풋함 때문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공중그네]나 [걸], [마돈나]의 오쿠다 히데오와 [스무살, 도쿄]의 오쿠다 히데오는 다른 면이 있더라구요. 재수와 선배에 대한 짝사랑, 독립과 좋아하는 가수의 죽음, 일많은 첫직장, 일못하는 후배사원, 원치 않은 맞선, 변덕스런 클라이언트, 친구의 결혼 등등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감정이입 대상에 정신을 못차리다 보다 어느덧 마지막 장이었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만세!
p.s. 주인공이 나고야 출신이라 나고야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고야 여행을 다시 가보고 싶어졌어요. ^^
p.s. 번역서와 원서표지. 멋진 일러스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