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4 23:59
"네코타 선배, 정말로 총간호사장이 되려고 생각하신 거예요?"
하나부사가 물었다. 네코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내가 총간호사장이 되려는 게 이상한가?"
"그렇지는 않지만, 왠지 그런 자리와는 인연이 먼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째서? 나 말고 할 만한 사람이 없잖아.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 간호과의 간호사 200명을 이끌 수 있는 인재는."
네코타가 슬쩍 웃었다.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도 너한테만은 진심을 얘기해 줄게. 총간호사장이란 자리, 편할 것 같지 않아? 다른 사람들한테 지시만 내리면 되니까. 나한테 딱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니?"
하나부사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은 늘 이런 식이다.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중에서, 가이도 다케루, 권일영 옮김, 예담, 2008
시리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다구치와 시라토리도 있고, 이전 [나이팅게일의 침묵]의 사요나 쇼쿄, 또 이번 작품의 제목에도 나오는 제너럴 루주 하야미 부장도 있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3편 소설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고양이처럼 졸면서 무심한듯 해야할 일들을 잘 처리하는 네코타 간호사장이었습니다.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는데 후반부에 가서 이렇게 살짝 속내를 드러내는 부분이 나와서 기뻤습니다. 그래서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큰 관련도 없는 이 부분에 밑줄을 그어봤어요. :-)
앞으로 4번째 책이 국내 발간 예정이라는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은 발간 순서에 따라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처음 읽었습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다구치와 시라토리가 처음 등장한 이 작품은 각종 미스터리 작품순위에 올라가는 것이 당연할 만큼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잠깐 등장하는 조연도 기억에 날만큼 살아움직이는 캐릭터와 적절한 유머에 미스터리 요소, 거기에 대학병원에 생생한 묘소까지 잘 배합된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져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면서 읽었습니다. 2번째로 읽었던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니면 좀 미스터리 부분이 약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첫번째 작품보다 재미있다는 말을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이야기인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기 전까지는 "흠... 재미있기는 한데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걸 잘 모르겠어요."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답니다. 그러다 좀 지나서 [제너럴 루주의 개선]의 읽게 되었는데 마차 상/하로 나눠 출간된 작품을 상만 읽었다는 느낌이 들 정로도 두 작품은 모두 읽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고나서 느낀 것인데 이 두 작품은 꼭 함께 읽어야 하고,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옮긴이의 말에 나온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이거다, 저거다 구분하지 말고 그냥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즐기는 것이 가장 낫다")로 접근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다구치와 최근에 책에서 만난 가장 짜증나게하는 캐릭터인 누마다 에식스 커미티 위원장의 대립을 그린 장면들인데 - 회사에 다니다 보면 누마다 같은 사람들을 꼭 만나게 되요~ ㅡ_ㅡ - 둘의 만남부터 이어지는 대립, 그리고 마지막 회의석상의 감정 폭발과 반전 등은 미스터리 소설이 주는 재미와는 다른 차원의 통쾌함과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수수께끼를 풀어서 진범을 밝히는 미스터리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시겠지만, 400페이지 남짓한 책을 한 번에 읽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만한 작품은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_^)/
p.s. 네코타 간호사장 다음으로 맘에 드는 사람은 후지와라 간호사랑 다카시나 병원장이에요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원서표지는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한 쌍을 이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