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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인생이란 그렇지 않다

flipside 2023. 5. 16. 08:23

2008/11/28 00:49 

 

... 선택이라. 또 그 문제다. 우리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는 것들. 그리 간단한 문제일까? 어떤 사람들은 사고 칠 위험이 높고 어떤 이들은 낮다? 어떤 이들은 잘못된 선택을 했고 어떤 이들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이런 선택들이 우리의 행복과 불행, 건강과 쇠약, 사랑받고 못받고를 결정했다? 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선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우리 부모이다. 우리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않은, 우리를 잘 키우거나 잘못 키운 사람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우리에게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법을 가르칠 만큼 우리를 사랑했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아니다. 그리 간단치 않다. 인생이란 그렇지 않다. 에이스 오빠와 나를 보라. 우리는 같은 집에서 같은 사람들 밑에서 자랐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떻게 키워졌나 하는 건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수많은 요소들 중 중요한 한 요소이다. 하지만 결국 현재의 나, 현재의 내 인생을 만드는 것은 크고 작은 사건들만이 아니라, 그 사건들에 대처하는 방식의 선택이다. 바로 거기서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



[아름다운 거짓말]중에서, 리사 엉거, 이영아 옮김, 비채, 2008




표지의 카피가 인상적이라서 읽게 된 소설. "네가 내 딸이냐?" 그녀의 모든 것을 거짓말로 바꿔버린 한 장의 메모! 재미있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의 첫작품이라고 하기엔 무척 탄탄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소설의 전체 이야기는 자신이 알고 있던 자신과 가족의 모든 것이 아름다운 거짓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여성의 이야기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데, 똑같은 이야기의 한 쪽만 보면 매력이 넘치는 미스테리한 운명의 연인을 만난 뉴요커 자유기고가 젊은 여성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서, 어찌보면 기존의 모중석스릴러클럽의 작품들과는 살짝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뒷표지에 있는 "배신과 음모, 섹스와 로맨스의 스릴 넘치는 여정"이나 "섬세하고 관능적이다!"라는 찬사에서 섹스와 관능적에만 방점을 찍어도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정도라서요. 따라서 소설 후반부에서 미스테리 소설 다운 엄청난 진실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하신다면 많이 실망하실 것 같고, 오히려 첫눈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랑 여러 사건들을 잘 교차시킨 작품을 찾으시는 분에게는 정말 딱이다 싶은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소설은 끊임없이 순간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 "단 30초만 달랐다면, 넌 아름다운 거짓말 속에서 살고 있었을 거야." - 아래 문장은 그런 작은 차이가 가져온 엄청난 결과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라 따라 옮겨봤습니다.


큰길에서 운전을 하는데, 앞에 달리는 트레일러트럭이 튕긴 작은 돌이 갑자기 내 차 앞 유리를 탕 친다. 새끼손가락의 손톱보다도 더 크지 않을 그 돌이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흠을 유리에 남긴다. 처음엔 잘 보이지 않지만, 결국에 그것은 거미줄이 되고 만다. 그 하잘것 없는 작은 흠이 전체의 안정성을 손상시키는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것을 통해 보이는 모든 것은 굴절되고 깨어질것이고, 약하더라도 한 대 더 맞으면 전체가 치명적이고 날카로운 비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양쪽 다 좋지만 굳이 고른다면 2번째 의자표지 느낌이 맘에 드네요~ 하지만 소설 전체 분위기랑은 번역본 표지가 참 잘 어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