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9 23:45
... 근데 요즘 같은 세상에 '제대로'라는 게 뭐지? 말도 안 되는 저임금에 일만 죽도록 하다가 피로 좀 풀려고 거리에 나가면 이거 사라, 저거 사라, 귀가 따갑다구. 신상품에 발이 채야 괜히 사고 싶은 마음만 들잖아. 월급이 쬐금 많은 놈이라도 어쩌다 보면 돼먹지 못한 비싼 전자레인지 같은 걸 사는 데 보너스도 다 써버리고 무일푼이 된다고. 그런 꼴 당하기 싫어서 어디 가서 좀 쉬려고 둘러보면, 공원벤치엔 요상한 팔걸이를 만들어서 낮잠도 잘 수 없고, 기차역 대합실이었던 자리에는 어느새 스타벅스가 들어앉아 있으니 쳇 재수없어···. 돈이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집에 들어 가잖아? 텔레비전을 켜보라구. 사채 광고가 왕왕 돈 빌려준다고 난리를 떤다구. 예쁜 아가씨가 돈 빌려주는 줄 알고 입을 헤벌리고 돈 빌리러 가보라구. 사람은 코빼기도 안 뵈고 기계만 떡하니 버티고 있다구. 그 다음엔? 필요 이상으로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빚 받으러 찾으러 오신다구···.(이쿠! 그런 얘기까지 할 건 없잖아!) 여하튼 돈은 안 빌리더라도 말이지, 매일 죽어라 일해서 PDP 사고, 세탁건조기 사고, 돈 모아서 도요타 자동차 사고(물론 대출 받아서!), 불경기로 찌부러진 치바나 사이다마 근처 땅에 30년 상환 조건으로 내 집 사고, 마지막으로 퇴직금 탈탈 털어서 자기가 들어갈 무덤을 산단 말이지···. 결국 죽을 때 가져갈 땡전 한 푼 없이 써버리는 것, 그게 바로 제대로 된 '격차 사회'고 '더 나은 생황'이란 말이야···.
[가난뱅이의 역습]중에서, 마쓰모토 하지메, 김경원 옮김, 이루, 2009
밑줄은 첫머리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오 이 책 재미있잖아? 하면서 보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옮긴이처럼 저역시 "애고 어른이고 까부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이 책을 통해 까부는 것도 하나의 절실한 표현이며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를 보신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듯~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원서표지도 재미있군요~


p.s.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의 위키 엔트리를 번역해 올려놓으신 이글루가 있더라구요. 감사한 마음으로 링크 : 거리에서 나베파티하면서 투쟁하기? 마츠모토 하지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