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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어처구니없는 이유

flipside 2023. 5. 19. 13:25

2011/06/30 23:52

 

... 군사령관의 명령은 아무리 불합리하다고 해도 복종해야 했다. 19년 시리아의 총독이었던 피소 Gnaeus Piso(BC 44/43~AD 20)는 잔혹한 군사령관이었다. 어느 날 피소 휘하에 있던 두 명의 병사가 함께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병사가 혼자 돌아오자 피소는 이렇게 말했다.


"혼자 돌아왔으니 분명 동료를 죽인 것이 틀림없디. 그러니 너에게 사형을 명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조사를 하면 밝혀질 것입니다. 조사받을 시간을 주십시오."


병사는 간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사형 판결을 받은 병사가 주둔지 바깥으로 끌려가서 목을 내미는 순간, 살해당했다고 여긴 바로 그 병사가 나타났다. 사형을 집향하던 백부장은 "경비병! 검을 칼집에 넣어라"고 명령한 후 두 병사를 피소에게 데려갔다. 주둔지에 있던 수많은 병사들이 행운의 여신에게 감사하며 두 병사를 호위해주었다. 그런데 피소의 결정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두 병사 모두 사형에 처하라. 한 명은 살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다른 한 명은 살인을 피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두 병사가 처형되고 난 후 피소는 "백부장 너도 사형을 당해야 한다. 이유는 먼저 돌아온 병사를 처형하라는 나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백부장 또한 처형했다. ...



[강대국의 비밀-로마 제국은 병사가 만들었다], 배은숙, 글항아리, 2008




물론 이 부분 다음에 바로 이어서 "피소같이 상식 밖의 군사령관이 내린 명령도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피소 같은 경우는 지극히 예외다."라는 말이 있지만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임은 분명. 늘 그렇듯이 책 전체 맥락과는 좀 거리가 있는 부분에 밑줄 그어봤습니다. :-)




p.s. 찾아보니 피소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