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9 23:21
2004년 06월 27일
[주온2] 정교한 이야기 구성이 주는 매력
재미와 공포는 개인차가 큽니다. 어떤 사람은 재미있다는 개그에 또 다른 사람은 전혀 재미없어 하고 가끔은 불쾌하게 여기기도 하지요. 마찬가지로 A라는 사람은 하나도 안무서웠던 영화가 B라는 사람에게는 계속 얼굴을 가리고 봐야 할 정도로 무섭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이런 개인차가 적은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대열에 들어서게 되고, 그 간격이 너무 크다보면 저주받은 걸작이나 컬트 영화와 같은 별명도 붙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디오편을 안 본 대부분의 관객들에게는 난해한 이야기 구조로, 또 줄거리를 알고 본 일반 관객들에게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남는 무언가 설명 못할 찝찝함으로 눈총을 받았던 [주온]에 비해 [주온 2]는 1편이나 비디오편 등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이에게도 무난하게 다가서는 이야기 구조를 선보입니다.
공포 영화에 자주 나와 호러 퀸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쿄코(사카이 노리코 분)가 저주 받은 집에서 촬영하는 납량 특집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이후 본인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위 사람들이 겪게 된는 의문의 사고와 자살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거나 관계가 있는 이들을 각 에피소드의 중심인물로 달리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주온2]는 전체적으로 시간 구성을 조금 뒤바꾸고 시점을 달리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직조한 옴니버스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영화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 엇갈리겠지만 이야기 구성에는 누구나 다 높은 점수를 줄만큼 매우 정교합니다.
하지만 결말이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1편에 이어 그 집에 방문한 사람은 모두 저주에 걸려 죽게된다는 해답이 없는 원래 이야기 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감독은 주인공 쿄코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새로운 테마를 집어 넣었습니디만 이런 장르에 최고라고 할만한 선배 영화가 있는 탓에 그 효과는 미미한 편입니다. 악마교 신자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새로 이사온 신혼부부가 악마의 자식을 잉태하게 된다는 아이라 레빈의 걸작 호러 소설을 잘 영상화한 로만 폴란스키의 [로즈마리의 아기](1968, 비디오 출시 제목 : [악마의 씨])와 비교할 때 후반부의 이야기는 [주온] 시리즈가 지닌 공포영화로서의 신선함을 많이 감소시킵니다.
[주온 2]는 서서히 공포의 강도를 증가시켜 어느 한 지점에서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극장안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보는 이를 정말 "깜짝" 놀라게 만드는 공포영화의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한 편입니다. 이 영화를 보러가는 길에 갑자기 골목에서 뛰어나온 고양이에 깜짝 놀라고, 잠시 후에는 길가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만나고, 연이어 영화 첫 장면에서 고양이가 차에 치는 장면이 나오는 통에 영화 내용과 관계없이 매우 으스스한 기분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괜찮은 공포영화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
p.s. 홈페이지가 본 영화보다 더 무서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홈페이지가 상당히 무섭습니다. ^^ http://www.juon2.co.kr
[위에 말한 홈페이지 지금은 문 닫았네요. 영화 홈페이지가 영화가 끝나자 마자 바로 없어지는 현실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