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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딕-헬리온 최후의 빛

flipside 2023. 5. 19. 19:33

2004/08/16 16:13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 있습니다.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트리플 엑스]라는 영화로 새로운 액션스타로 등장한 빈 디젤의 새 영화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은 빈 디젤의, 빈 디젤의 의한 - 그가 프로듀서도 맡았습니다 - 빈 디젤을 위한 영화입니다. 주디 덴치라는 명배우가 등장하긴 하지만 너무 미미하고 짧게 나오는 탓에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배우 이름은 빈 디젤 밖에 없습니다. 어떤 등장인물도 잔뜩 폼을 잡고 등장하는 빈 디젤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전 우주를 정복하려 하는 종족 네크로먼거와 이에 단독으로 맞서는 퓨리온 종족의 유일한 생존자 리딕의 이야기라고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리딕]의 줄거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러 설정을 복합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우선 총사령관 바코와 그의 아내는 [맥베스]의 주인공을 떠오르게 합니다. 집요하게 네크로먼거의 최고지도자 로드 마셜(콤 포어 역)을 물리치고 권좌에 오르도록 남편을 부추기는 아내(탠디 뉴턴 역)와 고뇌하는 남편이라는 설정은 [맥베스]에 비해 너무 간소화 되기는 했지만 영화의 결말까지 이어지는 큰 이야기의 축을 이룹니다. 다른 하나는 네크로몬거의 최고 지도자 로드 마셜이 자신이 퓨리온의 손에 의해 멸망당할 것이라는 예언에 마음을 쓰고 퓨리온족을 망하게 하려는 설정입니다. [성서]를 읽지 않은 사람도 잘 알고 있는 헤로데왕이 유대인 남자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 오이디푸스의 아버지가 아들이 자신을 죽인다는 신탁을 듣고 자신의 아들을 없애라고 한 이야기 등을 떠올리게 하는 로드 마셜의 공포는 결국 예언의 실현으로 끝나는 탓에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줄거리의 상투성(어떤 기사에서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악한 영웅이라는 점을 신선하게 봤는데 실제로 리딕이 범죄자라는 설정 외에 인간적으로 봤을 때 악인처럼 여겨지지 않는 탓에 그러한 부분은 많이 희석되었습니다)과 함께 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데는 영화 전체를 통해 끊임 없이 등장하는 특수효과도 한 몫 합니다. [반지의 제왕]의 악의 군대를 연상시키는 대규모 군인들의 행군장면이나, [스타워즈]에서 해리슨 포드가 몰았던 비행선을 연상시키는 현상금 사냥꾼들의 모습, [스타게이트]를 연상시키는 세트나 네크로몬거 지도자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정말 다양하고 양질의 특수효과를 쏟아 부었음에도 신선함이 없는 탓에 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리딕]을 [피치 블랙](2000, 국내 개봉제목 [에일리언 2020])의 다음 이야기라고만 평가한다면 1편 이후 이야기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에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연계고리가 없이 이 영화를 딱 떼놓고 본다면 (빈 디젤의 팬이 아니라면) 베스트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전체 3부작의 그림을 그리면서 영화가 제작된 것인지는 의심스럽지만 3편이 예고 되어 있는 것처럼 영화는 끝납니다. 악의 군단의 제왕이 된 리딕의 활약이 어떨지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솔직히 기대됩니다. 제대로 된 3편이 나온다면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imdb에서는 빈 디젤의 차기 프로젝트 [한니발]에 대해 논쟁이 뜨겁습니다.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과 빈 디젤의 이미지는 솔직히 거리가 멀지만, 혹시 모르지요 잘 어울리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