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다미츠요 5

[밑줄] 먼지는 춤을 추듯 날아올라

2008/05/01 13:28 ... 더러운 부분이 심할 때는 닦는 것만으로는 깨끗해지지 않기 때문에 블로어라고 하는 거대한 드라이어를 사용한다. 그것으로 일단 먼지를 떨어내고 그러고 나서 청소를 시작한다. 쌓이고 쌓인 먼지를 단숨에 떨어내는 것은 당연 대단한 일은 일이다. 먼지는 춤을 추듯 날아올라 주변 일대를 덮어 먼지의 종류에 따라 시야는 새하얗게, 혹은 새까맣게 된다. 그 순간 아득히 멀리까지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원에 짙은 안개가 일어 그 속에 혼자, 우뚝 서 있는 기분을 맛본다. 혹은 대기권을 빠져 폴짝 하고 광대한 우주공간에 내던져진 듯한 기분. 당연 우리는 날아오르는 믿을 수 없는 양의 먼지를 전신으로 목욕하게 되고 마스크와 모자로 방어를 해도 콧구멍도 두피도 구석구석까지 먼지..

underline 2023.05.14

[밑줄] 피망 멸망설

2007/07/03 21:50 ... 남편인 야스오카 다케시는 뚱뚱하다. 처음 만났을 때, 연말연시 선물로 자주 받는 햄 같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는 틀림없이 바람을 피우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이어졌다. 바람둥이의 조건이라할 만한 자상함과 어떤 종류의 냉혹함이 결여된 듯했고, 애당초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보였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단순한 사고방식에 기가 막일 따름이다. 초등학생 시절 세웠던 피망 멸망설과 같은 이치다. 즉, 피망은 씨를 제거하는 것이 귀찮을 뿐만 아니라 쓰고 맛이 없다. 그런 것이 좋아서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수요가 줄어든 피망은 머지않아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것이 피망 멸망설인데, 그와 마찬가지로 햄 같은 이따위 남자에게 외도가 가능할리 없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underline 2023.05.13

[밑줄] 믿는다거나 의심한다거나 착하다거나 악하다거나

2006/10/25 17:07 ... 가족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마치 전철에 함께 탄 사람들 같은 관계. 내 쪽에는 선택할 권리가 없는 우연으로 함게 살게 되어,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짜증을 내고, 진절머리를 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래도 일정한 기간 동안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관계. 따라서 믿는다거나 의심한다거나 착하다거나 악하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성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 ... [공중정원], 가쿠타 미츠요, 임희선 옮김, 작품, 2005 [인생 베스트 텐], [대안의 그녀], [내일은 멀리 갈거야]에 이어 4번째로 읽게된 가쿠타 미츠요의 소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작품. 대부분의 작가에게 다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어린아..

underline 2023.05.11

[밑줄] 인간이란 결국 상대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어한단 거지

2006/10/02 09:36 "나는 너랑 달라서 엔도 씨밖에 모른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최근 들어 알게 된 게 있어. 남자한테 왜 지금 부인과 결혼했냐고 물어보면, 사실 많은 남자가, 그 사람 약해서라고 대답하는 거야. 약하니까 함께 있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같은 여자한테도 하겠지? 그러면 여자들은, 그 남자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대답해. 하지만 말야, 이 세상에 약한 여자란 본시 존재하지않고, 마찬가지로 믿을 수 있는 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니? 여자를 약하다고 말하는 남자는 자기 자신이 약한 거고, 남자를 믿을 수 있다고 말하는 여자는 자기 자신이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성격인 거야. 인간이란 결국 상대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어한단 거지."..

underline 2023.05.11

[밑줄] 인생 베스트 텐

2006/06/12 22:23 '인생 베스트 텐' 중에서, [인생 베스트 텐], 가쿠다 미츠요, 최선임 옮김, 지식여행, 2005 '관광여행' 중에서, [인생 베스트 텐], 가쿠다 미츠요, 최선임 옮김, 지식여행, 2005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을 받은 가쿠다 미츠요의 단편집. 일요일 비오는 날 혼자 커피 한 잔에 스콘을 먹으면서 야금야금 읽었는데 참 이런 책을 읽을 만한 설정에는 딱이었다고 생각했다. 좋다고 할 사람, 별루라고 할 사람 나눠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6편 단편 모두 기억에 남는데 하나 같이 쓸쓸한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고,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밝은 느낌을 주는 묘한 작품이었다. : - ) p.s. 원서 표지의 느낌도 좋다 ^^

underline 202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