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6 13:50 ... 잠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간 꿈꿔 오던 만큼이나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토록 아름다운 여자는 내 평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였다 - 나이 들고 피곤해 보였다. 고요한 얼굴 뒤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지친 기색이 비쳤다. 눈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얼마나 강렬한 눈빛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무심하게 쳐다보는 눈길이었다. 윤기나는 검은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와 부드러운 우아함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섬세한 눈썹 아래로 그녀는 나를 가만히 보면 대답을 기다렸다. 똑같은 질문을 다시 받은 후에야 나는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 [연기로 그린 초상]중에서, 빌 S. 밸린저, 최내현 옮김, 북스피어,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