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후미오 4

[밑줄] 작가가 된다는 것은

2009/08/24 23:33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맨 처음 한 것은 스물네 살 겨울이었다. 그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원고지를 사는 것도, 작품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우선 필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다. 아직 한 줄도 쓰지 않았으므로, 내 실력이 어떤지도 몰랐다. 그래도 꿈만은 어처구니없이 컸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매스컴에 이름이 알려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나쁜 짓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본명을 쓰면 곤란하지 않을까. 순간적으로 생각한 게 그거였다. ... [블랙티]의 작가의 말 중에서, 야마모토 후미오, 김미영 옮김, 창해, 2009 [플라나리아]의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단편집입니다. 꽁트에 가까운 이야기 10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편 ..

underline 2023.05.16

[밑줄] 세상일이 자기 마음대로 될 리 없지 않은가

2008/05/02 01:27 ...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생각했는데, 왜 사람들은 상대에게 그토록 많은 기대를 하며 사는 것일까? 근거는 아무것도 없는데, 왜 언젠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세상일이 자기 마음대로 될 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들은 한탄한다. 시시한 일과 쥐꼬리만 한 월급과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함에도, 그 당연한 것에 불평을 늘어놓는다. 더구나 나에게 불평을 늘어 놓아서 어쩌자는 것인가. ... [여자 길을 걷다] 중에서, 야마모토 후미오, 이선희 옮김, 창해, 2008 제목만 보고는 인생처세서 아닌가 했는데 작가가 [플라나리아]를 쓴 야마모토..

underline 2023.05.15

[밑줄] 다른 사람을 너무 사랑하지 말자

2005/06/19 23:03 "이제부터 앞으로의 인생, 다른 사람을 너무 사랑하지 말자. 너무나 사랑해서 상대방도 나 자신도 칭칭 옭아매지 말자.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너무 꽉 잡는다. 상대가 아파하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이제 두 번 다시 누구의 손도 잡지 말자. 타인을 사랑할 바에는 차라리 나 자신을 사랑하자" [연애중독] 중에서, 야마모토 후미오 | 양윤옥 옮김, 창해, 2002

underline 2023.05.10

[밑줄]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

2005/11/02 23:04 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었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 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남아도는 시간' 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 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플라나리아] 중 "네이키드 Natked", 야마모토 후미오, 양윤옥 옮김, 창해, 2005 [연애중독]을 보고 재능있는 작가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인지는 잘 몰랐다. [플라나리아]에 ..

underline 202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