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4 08:26 ... 그날 밤, 내리는 비는 그치지 않았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는 커져만 갔다. 희미한 커튼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서자, 꽃이 모두 진 벚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요시미츠는 눈을 돌렸다. 그는 꽃이 싫었다. 매화가 피면, 작년 매화가 핀 뒤로 일 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벚꽃이 피면, 작년 벚꽃이 핀 뒤로 일 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꽃이 피면, 속절없이 그저 시간이 흘라간다는 사실을 싫어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꽃이 싫었다. 이대로 수국이 피고, 해바라기가 피고, 피안화가 피리라 생각하면, 어두운 구렁에 빠진 듯한 심정이 들었다. 그는 커다란 책장이 빙 둘러선 좁은 방 한가운데에 불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