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9 23:18

요즘 기분 같아서는 신나고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봐야할 텐데 시간이 맞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전혀 줄거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폭력써클]을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말죽거리 잔혹사]류의 폭력/남성성이 가득한 영화를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역시 나랑 이런 영화는 안맞아."하면서 선택을 조금 후회했지만, 소소한 곳에서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젊은 배우들이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오호 일부러 미숙하게 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그다지 흠잡을 구석이 없이 좋았습니다. 주인공인 정경호나 이태성을 비롯해서 김혜성, 이행석, 장희진을 비롯해 악역을 맡은 연제욱의 연기는 돋보이더군요.(여담이지만 연제욱의 경우는 악역 이미지가 너무 깊이 남아서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맡을지 궁금합니다. ^^) 줄거리는 아주 이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탄탄하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결말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방식이라 기대감이 덜한 느낌도 있고, 미지근한 결론을 내려주셔서 좀 아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타이거' 멤버들이 수돗가로 갔을 때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정경호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컬러-흑백-컬러로 변환되는 순간은 참 인상적이었는데 흑백-컬러로 돌아오는 장면은 공포영화에도 사용하면 좋겠다는 다소 뜬금없는 상상을 했습니다. ^^;;;
포스터에서는 그닥 잘 드러나지 않지만 괜히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되실 것이니 이런 쪽 - 폭력/피/칼/몽둥이 등등 - 에 민감하신 분은 참조하시길. 몇몇 꽃미남들이 나오지만 제대로 웃통 벗고 나오는 장면도 거의 없으니 그런쪽을 기대하신 분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
p.s. [여고괴담]에서도 느꼈지만 박기형 감독의 학교마다 1명씩은 꼭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자기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미친X 같은 선생님 묘사는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학창시절..." 운운하는 생각이 쏙 들어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