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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황혼녘의 격세유전>, 1933-34

flipside 2023. 5. 29. 12:17

2007. 7. 24. 11:23 

 

살바도르 달리, <황혼녘의 격세유전>, 1933-34

... 사쿠라이는 달리의 그림 앞에 서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쿠라이가 보고 있는 작품은 <황혼녘의 격세유전>이라는 그림이었다. 그 유명한 밀레의 <만종>을 재구성한 그림이다. 재구성이라고 해봐야 내 눈에는 악취미의 패러디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안 그렇겠는가, 황혼녘 기도를 올리고 있는 남녀 중 남자의 얼굴은 해골로 변해 있고, 여자 쪽의 몸에는 창 같은 것이 꽂혀 있으니. 그리고 전원 풍경은 황량한 바위 벌판으로 변해 있으니. "정말 멋지다." 사쿠라이가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나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쿠라이는 내 표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쿠라이는 많은 시간을 달리의 그림 앞에서 보냈다. 코끝이 그림에 닿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몸을 쭉 앞으로 내빌고 바라보기도 하고, 킬킬거리고 웃으면서 바라보기도 하고, 간혹은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내내 그런 사쿠라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도 싫증나지 않았다. ...


- 이미지 출처 : http://www.abcgallery.com/D/dali/dali9.JPG
- 글 출처 : <GO>중에서, 가네시로 가즈키, 김난주 옮김, 북폴리오,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