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4. 13:38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 1937
... 가령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에서 현실의 총체성은 무너져내리고 작은 파편들로 흩어진다.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조각난 것을 선호했다. 이들이 예술의 가공을 통해 해낸 그 일을, 오늘날에는 폭탄이 대신 하고 있다. 폭탄은 현실의 유기적 통일성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파편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하여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더 이상 예술의 가공을 거친 '큐비즘'이 아니다. 그 작품 속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인간의 신체들은, 예술의 결과가 아니라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난 어느 마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리얼리즘의 산물이다. 이렇게 전쟁은 큐비즘을 리얼리즘으로 만드는 역설을 실행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erra.es/personal/asg00003/picasso/grguer2.jpg
글 출처 : <레퀴엠>중에서, 진중권, 휴머니스트,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