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9 13:38
[책을 읽고 나서]
예전에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 중 국내에 처음 소개된 [사랑 戀](소담출판사, 1996, 아마도 절판 -.-;)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나오키상이 뭔지도 몰랐고 일본 사람 이름은 러시아 사람 이름 만큼이나 어렵게 여기던 시절이라 푸른색 표지의 재미있었던 책으로 기억했을 뿐, "고이케 마리코"라는 이름은 전혀 머리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제목이 눈에 띄어서 고르게 된 이 책의 해설에서 [사랑]의 그 작가라는 이야기를 보고는 바로 골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재미있는 책이더군요. 6편의 단편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역시나 압권이었던 것은 표제작인 [아내의 여자 친구]. 추리소설적인 설정도 조금 있지만 트릭찾기보다는 심리묘사가 중요한 작품이었는데 마지막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었던 부분도 좋았고,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이 살인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설득력이 대단해서 결국 읽는 저까지도 공감하게 만드는 작가의 실력이 놀라웠습니다. 작가의 말을 보니 스스로도 정통/하드보일러/스릴러 미스테리보다는 심리미스테리에 집중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런면에서 볼 때 [아내의 여자 친구]는 그런 작품의 한 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작품만 이야기 했지만 나머지 다섯 작품들도 편차는 있으나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니 재미있는 단편소설 좋아하시는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서지정보]
제목 : 아내의 여자 친구
원제 : 妻の女友達 (1995)
지은이 : 고이케 마리코[小池真理子]
옮긴이 : 오근영
출판사 : 베텔스만
발간일 : 2004년 12월
분량 : 311쪽
값 : 8,800원
p.s. [사랑]의 경우 지금 생각하면 1995년 하반기 나오키상 수상작이 바로 나온 것을 봤을 때 출판사에서도 큰 기대를 했었을 것 같은데, 2번째 작품이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기까지 8년이 넘게 걸린 것을 보면 [사랑]이 품고 있는 당시로 보면 다소 엽기적이고 묘하게 관능적인 분위기가 우리나라 정서에는 안맞았었나 봅니다. 아마 지금 나오면 받아들여 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혹시라도 헌책방에서 보게 되시면 꼭 사시길. 전 헌책방에서 거의 동시에 봤다가 놓힌 경험이 있습니다. 흑흑흑
p.s. 찾아보니 예전 [사랑]부터 [아내의 여자 친구], [유리정원] 모두 오근영님의 번역이네요. 옮긴이의 말을 보니 작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던데 좀 더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_*